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에세이 Apr 30. 2024

[치앙마이 51일 차] 친구 생긴 날

이렇게도 친구가 되는군요

오랫동안 아껴두었던 카페에 갔다. 가고 싶을 때마다 일정상 한두 시간 안에 닫는 시간이라 안 갔다. 그렇게 미루다가 2달이 넘어서야 향한 곳. 초록초록 식물이 가득한 정원 입구로 들어가면 엔틱가구와 빈티지소품이 반겨준다.


방문한 모든 손님들을 사진작가로 꿈꾸게 만들어주는 곳. 사진 안 찍고는 못 배길 정도로 모든 면이 멋스럽다. 시간이 오래 쌓여야만 제 빛을 내는 듯 각각의 물건들이 자기 자리 꼭 맞춰져 있달까. 최대한 내가 눈으로 본 모습을 사진으로도 예쁘게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자연스레 생긴다.


 여긴 찻집이라 차와 간단한 다과만 판매한다. 시원한 자스민 차와 파인애플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맛있어서 꿀꺽했다. 아이스 레몬그라스티 하나 추가요! 금액은 저렴하지 않지만, 멋진 공간을 구경하는 입장료라 생각하면 아깝진 않다.


 오랫동안 머물고 싶어서 오픈런을 한 덕분에 오늘의 첫 번째 손님이 된 나. 두 번째 손님이 등장한다. 내가 처음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눈빛처럼 두 눈이 반짝거린다. 혼자 여행 왔냐고 먼저 묻는다.


내 옆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차 마시다가 둘 다 오래 머무니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게 됐다. BTS보다 여전히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HOT의 존재도 아는 Ying. 중국인 가족인데 이탈리아에 십 대 때부터 살고 있단다. 워낙 전통 중국가정이라 이탈리아에서도 중식만 먹는다고도 하고. 나랑 한 살 차이인데, 부모님은 그녀가 2달 동안 동남아여행 중인 거 모르신다는 게 신기했다.


 여행하면서 예쁜 빈티지 그릇을 하나씩 모으고 있단다. 언젠가 차릴 자신의 카페를 위해서. 카페 그릇장에서 유심히 살피더니 빈티지 잔 하나를 고른다. 카페 사장님 동생이 일본여행하며 산 도자기 컵이더라. 사고 싶은데 가격이 비싸서 유심히 요리조리 돌려보며 신중히 고민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그 마음이 닿았는지 사장님 동생이 컵 가격을 500밧(2만 원) 정도 깎아줬다.


 취향이 명확한 친구를 취향이 명확한 카페에서 만났다. 치앙마이 온 지 2일 차라그래서 여기저기 보물 같은 장소들을 추천해 줬다. 친구가 이미 저장해 둔 곳이 내가 추천해 준 장소와 일치해서 반갑더라. 카페 사장님은 죽이 잘 맞는 우리 둘을 보고 같이 일본여행 가면 되겠다고 맞장구치셨다.


 친구가 그릇 하나 더 예쁜 거 발견해서 그것도 오랫동안 살펴보더라. 와비사비 스타일의 빈티지 제품이란다. 나를 불러서 저 그릇 어떠냐고 물어보고. 이내 다시 그릇장에 반납하고는 하는 말. “1 Day 1 Dish Enough." 나 같으면 당장 샀을 거 같은데 홧김에 사는 게 아닐까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하루에 한 개면 충분하다며 이내 절제하는 그녀가 신기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힘껏 알아차리고 신중하게 택하는 친구에게 멋진 에너지를 얻었다.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맙다. 같은 날 취향저격 카페에 방문한 같은 취향의 외국인 친구 참 귀하지 않나.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섯 시간이나 카페에 있었다. 친구가 다른 카페로 떠난다고 해서 따라갈 뻔. 또 다른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길 바라본다.


*Bird Forest ChiangMai

위치: https://maps.app.goo.gl/Caj7tQEzLoQtk1Jp6?g_st=ic

이전 11화 [치앙마이 50일 차] 경로이탈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