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굴러가는 하루의 비밀
자전거수리점으로 향했다. 안 굴러가는 바퀴를 밟으며 억지로 목적지로 가는 길. 혹독한 더위는 보너스. 10분이 100분 같다.
힘들게 도착한 자전거수리점. 문이 굳게 닫혀있다. 오 마이갓. 경로이탈이다. 구글맵을 굳게 믿은 내가 너무 순진했네.
근처에 주차해 놓고 내일 다시 올까 생각하던 차. 자전거수리점 바로 옆 노점상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가게가 오늘 하루 쉰단다. 태국어를 잘 못하는 나를 보며 할머니가 걱정하지 말라고 친구네로 가면 된다고 일러주신다. 그녀가 나를 끌고 간 곳은 근처 철물점.
철물점 아주머니는 여기선 못 고친다고 태국어로 다른 자전거수리점을 알려주신다. 종이에 지도 그림을 그려서 체육관 로터리 근처에 있단다. 눈치껏 알아들었다고 두 손을 꼭 모아 감사하다고 하며 빠져나왔다. 내가 잘 알아들었나 걱정이 되었는지 가게 밖까지 나와 마중해 주시더라.
더위를 양껏 먹어서 감으로 알아들은 만큼 근처로 향했다. 로터리에서 체육관 반대편에 있다 그랬는데. 찰떡 같이 수리점이 있더라. 마음으로 통한다는 게 이런 걸까.
오토바이수리점인데, 자전거도 봐주시더라. 난 자전거수리점에서만 자전거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심지어 바퀴 고치기 전에 핸들부터 고쳐주셨다. 핸들이 완전 바닥으로 돌아가있다며. 어쩐지 구부정하게 운전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수리점에 오면 고쳐야지 싶던 자전거바구니도 고쳐주신다. 나사가 빠져서 덜렁거린 지 꽤 오래됐는데 대충 여미고 다녔던 건 안 비밀. 고쳐달라고도 말 한마디 안 했는데 알아서 뚝딱 케이블타이 가져오셔서 꽉 여며주셨다. 감동.
자전거 바퀴를 까서 속바퀴를 살펴봐주셨다. 더러운 속바퀴를 물로 씻으면서 큰 구멍이 났는지 찾으시더라. 특별히 그런 구멍이 없는지 다시 깨끗하게 물기를 닦고 넣으셨다.
바람이 세게 빠지진 않아서 바퀴를 교체하기보다 기존 바퀴를 최대한 수명연장할 방법을 택해주셨다. 2주 정도는 탈 수 있게 만들어주셨단다. 큰 돈 들어가지 않게 내 입장에서 생각해주셨더라. saving the budget이라고 정확히 말씀해 주심. 덕분에 40밧(1,600원)에 자전거가 잘 굴러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번역기를 켜서 완전 새 자전거가 되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바퀴를 고치려면 자전거수리점에 가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고. 저번에 해결했던 방법대로 바퀴를 교체해야 한다고. 그저 기존과 똑같이 해결하려 했던 나. 자전거수리점이 닫았다면, 오토바이수리점에 가면 되고. 바퀴 교체가 당장 어렵다면, 바퀴의 큰 구멍만 메우면 되고. 새로운 접근법을 경험으로 배웠다. 자전거수리점이 생각대로 열려있었다면 전혀 알지 못했을 일이다.
노점상 할머니의 리드가 아니었다면, 오늘 절대 자전거를 고치지 못했을 거다. 삐걱삐걱 경로이탈하는 일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굴러가는 하루의 비밀은 태국인들의 따뜻한 관심 덕분임을. 나를 도와주려는 순수한 마음과 맑은 미소. 이방인이지만 이곳이 낯설지만 않은 이유다.
*오늘도 우연히 현대차를 보았다. 아무래도 현대차를 보는 날은 운이 좋은 것 같다. 매일 현대차를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