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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28. 2024

[치앙마이 49일 차] 더위주의보

졸리고 지치고

 더워서 집 밖을 나가는 것이 무섭다. 아침부터 정전이 나서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만 벌써 세 번째 겪는 정전이다. 날이 더워서 정전이 자주 나는 건가. 핸드폰도 밖에 나오면 뜨거워져서 정신을 못 차린다.


 출발하려고 보니 자전거 뒷바퀴가 펑크 났더라. 오늘은 일요일 자전거수리점도 쉬는 날. 걸어 다니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싶어서 자전거 앞바퀴를 믿고 페달을 밟는다.


 밥 먹고 카페에 오니 졸음이 쏟아진다. 배불러서 졸리고. 너무 더워서 기력이 빠져서 졸리고. 커피 마시는 양이 부족해서 졸리고. 안 움직이고 가만히 앉아있어서 졸리다.


 생각해 보니 졸린 이유가 너무 많더라. 스페인처럼 태국에도 아예 낮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낮잠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날씨. 다들 어떻게 이 더위를 이겨내는지 대단할 정도. 더위만큼은 적응이 안 된다. 에어컨은 물론이고, 선풍기도 같이 틀어야한다. 여름나라에 길게 살아보니, 우리나라가 사계절이라 감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땀을 뻘뻘 흘리며, 잘 굴러가지 않는 자전거를 억지로 굴렸다. 일본차만 가득한 태국에서 처음으로 현대자동차를 보았다. 축축 처지는 주말이라 아쉬웠지만, 희귀한 한국차를 보니 조금은 에너지가 생겼다. 비 온 뒤 뜬 무지개를 본 느낌? 내일은 자전거 뒷바퀴도 고치고 무너진 일상도 바로 세워야지. 희망을 다시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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