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만든 우연
저녁으로 Pad Thai 5 Rod에서 팟타이를 먹었다. 7년 만에 같은 식당에 다시 왔는데 여전히 맛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60밧(2,400원) 짜리 계란 지단에 꽁꽁 싸인 팟타이를 추천한다.
해가 항상 쨍쨍하기만 했던 하루 끝에 우르르 쾅쾅 세찬 비가 잠시 내렸다. 집 밖에 있을 때 비가 오는 건 처음이었다. 팟타이집 차고 밑에 숨어 안전하게 비를 피했다. 금방 그칠 비인 걸 알기에 비 오는 걸 즐길 수 있었다.
화전으로 미세먼지 가득했던 치앙마이 대기가 깔끔하게 맑아졌다. 비가 갠 뒤 예쁜 뭉게구름을 보고 즐거워서 사진을 찍었다. 집에 가기 아쉬웠는데 보통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는 편이라 타패게이트 쪽으로 향했다.
어디선가 나를 불렀다. 며칠 전 카페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 Ying이었다. 왓츠앱을 공유했지만 특별히 약속을 잡아 만나진 않았다. 매일 서로 생사확인 정도 했는데, 우연히 마주친 것. 치앙마이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비가 내렸고, 둘 다 올드타운에 있어서 가능한 재회였다.
에어컨 없는 방으로 옮겼단 이야기. 스무디를 시켰는데 얼음만 가득했단 이야기. 내가 영어도 한국말처럼 한단 이야기. 나한테 언니라고 부르는데 특별한 반응이 없냔 이야기. 보통 어딜 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 하루종일 입 벙긋할 일이 없다. 친구 만나니 입이 트였다. 물론 영어로 말해야 해서 머리 싸매야 하지만.
저녁엔 노스게이트 재즈클럽 4층에 올라가서 공연을 즐겼다. 처음으로 내 자전거 뒷자리에 사람을 태워봤다. 100kg 넘어가도 자전거 바퀴는 굴러가는구나. 매우 느리게.
친구 덕분에 노스게이트 재즈클럽 발코니가 있는 것도 알게 됐다. 1층보다 4층이 아늑한 공간이라 음악이 더 풍성하게 잘 들리더라. 그동안 못 봤던 한국인 관광객들을 여기서 다 마주한 듯. 표현을 잘하고 솔직한 친구를 운 좋게 재회해서 유독 즐거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