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설렘 반 두려움 반
아침에 잠이 덜 깬 채로 일어나 공항 갈 준비를 했다. 어느 때와 같이 일어나 양치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거의 밤을 새우고 몇 시간만 자서 그런지 눈이 조금은 충혈되어 있었다.
아, 긴장이 되네-
아침을 먹는데 부모님께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잘 다녀올 수 있지?
말이라도 에이, 그럼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덤덤하게 말해본다.
그래도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표정은 감추기가 어렵다.
아버지 차를 타고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 가면서
차 안에서도 공항에서 뭐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상상을 해본다.
그래 일단 비행기 티켓을 발급하고 짐을 부쳐야지.
근데 티켓은 어디서 발급하지? 짐은 어디서 하지?
공항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보고 '아 그렇구나' 했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까 머릿속이 하얗다.
그리고는 혼자 피식 웃는다.
이게 뭐라고 여행 당일에도 스트레스인지
가볍게 아버지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다녀오겠습니다.
출발시간보다 일찍 나와 있어서 아직 공항버스가 오지 않았다. 한 20분 일찍 나왔나 보다.
거리엔 출근하는 사람들이 지하철 역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분주하게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도 많았다. 불과 몇 주 전까지도 학교를 가기 위해 정신없이 일어나 버스를 타고 내려 급행열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바쁘게 움직였던 때가 잠시 떠올랐다.
1교시는 피하고 싶었지만 매번 수강 신청할 때 한두 과목씩은 1교시이더라. 서로 편하게 1교시는 11시로 하면 안 되려나- 지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간당간당하게 세이브를 하기도 했다. 또한 시험기간엔 밤샘 공부를 하고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가는 게 얼마나 힘들던지
하지만 겨울방학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나기도 전에 그때 일이 먼 과거처럼 느껴진다.
생각의 생각을 있을 때쯤 공항버스가 왔다.
공항버스도 후불 체크카드 되겠지?
물론 된다.
짐칸에 케리어를 넣고 앞자리에 앉는다.
기사님께서 아직 히터를 틀지 않아 공기가 차다. 입김이 나온다. 하지만 공항버스가 처음이라 설레기 시작한다. 모든 게 낯설고 새롭기도 하다.
기사님께서 바깥에서 잠시 쉬시다가 안으로 들어오신다.
후불 체크카드도 되죠? 소심하게 물어본다.
네 됩니다.
카드를 찍고 나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진짜 공항에 가는구나.
긴장이 풀렸는지 공항 갈 때까지 푹 잤다.
인천공항이 거의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크게 기지개를 켜고 멀리 보이는 인천공항을 구경한다. 인천공항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국제공항 자체가 처음이다. 김포공항과 비교하자면 스케일 자체가 다른 것 같았다. 아침부터 이륙하는 비행기들이 많다. 몇 년 만에 보는 비행기인지 봐도 봐도 신기하다. 고2 때 이후로 거의 3년 만이다.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기사님께서 짐을 하나둘씩 꺼내 주신다.
감사합니다 하고 케리어 손잡이를 길게 늘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국장에 들어간다.
월요일 아침 어느 회사들과 같이 공항도 분주하다. 그리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많이 붐비지 않아 보인다. 친구가 오기 전에 먼저 뭐부터 해야 하는지 쭉 주위를 둘러본다.
그래, 티켓부터 뽑자.
정확히 어디서 발급받는지는 몰랐지만 출국장을 이리저리 다니면서 셀프 체크인하는 곳에 갔다.
'셀프 체크인'이니까 굳이 해당 항공사를 안 가도 되겠지?
바로 옆에 공항 도우미(?)분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봤다.
일단 무인기기에 여권을 올려놓는다. 해당 항공사를 선택하고 내가 예약한 비행 편이 맞는지 확인 후 좌석 확인하고 위탁 수화물 있음 버튼 누르고 나서야 비행기 표가 나온다.
디테일한 셀프 체크인 방법은 밑에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ezo2oeTHw-A
우와.. 비행기 표다..
항공권 인증샷을 바로바로 찍었어야 했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찍은 사진이 없다. 아마 정신이 없었을 거다.
FROM INCHEON TO PARIS/ FROM PARIS TO LONDON
셀프 체크인으로 표를 뽑아서 칼라는 아니지만 흑백 is 뭔들
'첫 유럽행 비행기표'만으로도 감격스럽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붙이러 간다.
비행기표는 KLM에서 샀지만 코드셰어로 대한항공으로 갔다.
아직은 11시라 조금 한산한 분위기.
약간의 대기시간 후 내 차례가 되었다.
대한항공 직원분에게 조심스럽게 여쭤본다.
저기.. 혹시 제 수화물 런던까지 바로 가나요?
그럼요.
그 한마디에 출국 전 걱정 중 하나였던 것이 해결되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짐을 올려놓고 마지막까지 이상이 없는지 근처에서 기다린다.
10분 정도 기다리고 나서 이상이 없구나.
자리를 옮겨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서 앉는다. 그러고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쉰다. 휴우- 끝났구나.
아침에 너무 신경을 써서 그런지 당이 떨어져서 달달한 커피를 사 마시려고 카페를 찾는다.
휘핑 추가 아이스 카페모카를 시키고 나서 몇 시간 남지 않았지만 여유를 최대한 즐긴다.
카페모카가 나왔다. 휘핑크림을 한 모금 마시면서
행복이 별거냐 이게 행복이지.
마치 기말고사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나오는 기분이랄까
친구가 연락이 왔다. 어디야?
어, 나 비행기표 찾고 짐 부치고 그냥 카페에 앉아있지.
그래. 곧 도착이야.
친구가 오고 나서 아까 혼자 했던 것처럼 친구를 도와준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고 짐은 저기 가서 부치면 돼-
30분 후 친구도 무사히 끝.
둘 다 긴장이 됐는지 아무 말이 없다. 그리고 둘 다 굳은 표정으로 휴대폰만 보고 있다.
출국 전까지 한 1시간 반 정도 남았다.
야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친구 어머니와 인사를 한 후 안으로 들어간다.
보안검색대를 지나 자동 출국 심사대로 가서 지문을 찍고 나서야 드디어 출국장 안으로 들어왔다.
출국장은 각 해당 게이트로 바쁘게 움직이는 여행객들과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는 여행객도 있다. 그리고 면세점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어디론가 가고 있다. 처음 본 출국장 모습은 역시나 신기하다. 여유롭게 면세점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마음이 여유롭지가 않아서 패스한다.
전광판에 비행기 편명 KE 901이 쓰인 게이트를 찾는다.
게이트가 현재 있는 곳에서 생각보다 멀다.
3년 전이라 게이트 정보는 아쉽게도 기억이 안 난다.
와.. 진짜 크고 넓구나
게이트로 가는 중간중간 바깥에 잠시 정차된 비행기를 구경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루프트한자, 진에어, 티웨이 등등 정말 많은 항공사들의 비행기가 있다.
2015년에는 인천 국제공항 터미널이 하나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비행기를 본 건 아마 처음일 것이다.
아직 비행기 타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게이트 도착 후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창밖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파리행 대한항공 비행기가 있다.
'KOREAN AIR'
파스텔톤 하늘색을 비행기에 칠한 느낌이랄까
날씨가 좋아서 강렬한 햇빛에 색감이 더 이뻐 보인다.
비행기 꼬리엔 파란색, 빨간색,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태극문양이 오늘따라 더 멋져 보인다.
이제 비행기를 탈 시간
하나둘씩 게이트에 줄을 선다. 나도 친구도 설레는 마음으로 줄에 선다. 승무원분이 비행기 표를 확인한다.
나는 문제없이 통과. 하지만 친구는 바로 오지 않고 잠시 승무원과 대화중이다.
뭐지? 문제가 생겼나?
알고 보니 오버부킹이 되어 좌석이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한다.
헐. 진짜? 대박이네.
이런, 오늘의 행운은 네가 다 가져가는구나. 엄청 부럽네. 그래서 너 나랑 안 타고 비즈니스 석으로 간다고?
응. 미안. 10시간 후에 만나.
아?! 그.. 그래. 비즈니스석 후기 나중에 알려줘 :)
아마 이때부터 시작이었을 것이다. 이 친구(놈)에게 왠지 모를 섭섭한 감정이 생긴 게. 물론 이해는 한다.
어쩌다 오버부킹으로 인해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을 타게 된 건 정말 행운이니까.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첫 해외여행이고 처음으로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데 나 혼자 타라고? 파리 도착 후 비즈니스석 후기를 이야기하는데 어찌나 얄밉던지.. 자기는 누워서 꿀잠 잤다고 한다. 난 허리 배겨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그렇게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후 비행기 탑승교를 건넌다.
탑승교는 공항 안과 다르게 공기가 맑다. 그리고 겨울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찬바람이 들어오기도 한다. 좋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몇 시간 동안 공항에만 있어서 답답했는데 찬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다.
이제 진짜 비행기 타러 가는구나-
비행기를 한 번쯤은 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짧은 구간이 제일 설렌다는 것을. 나 또한 그랬다.
우스갯소리로 가끔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친구에게 신발을 벗고 타는 거라고 장난을 친다.
물론 잘 안 속는다.
승무원 분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나서 자리를 찾아 앉는다.
자리엔 담요, 슬리퍼, 치약 칫솔, 배게, 물병이 놓아져 있다.
담요와 배게는 필요 없을 거 같아 짐칸에 올리고 외투와 작은 가방 또한 올려둔다.
몸이 가벼워지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제는 설레는 마음이 앞선다.
승객들이 대부분이 자리에 착석을 한 후
기장님의 간략한 말씀과 함께 이륙을 준비하기 위해 비행기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한 5분 정도가 지났을쯤
거친 엔진 소리가 들린다.
비행기 날개도 이륙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리고 조금씩 비행기가 속력을 내고 점점 빨라진다.
어?! 뜬다!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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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유럽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