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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Mar 26. 2019

혼자라도 좋아~ 괌 여행!


어느 통계에서 혼자 가는 여행지로 가장 인기 없는 곳에 괌이 꼽혔다.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도 불구하고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혼자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즐기길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혼밥, 혼술 등 나 홀로 인생을 즐기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어색하지 않게 되면서 여행도 혼자서 떠나는 혼행족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한데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좋은 곳을 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모든 여행이 그러하지는 못하다. 깐깐한 직장 상사와 아무리 멋진 곳을 간들 그게 여행이겠냐 싶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내내 함께 해야하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을테니 그럴 바엔 차라리 혼자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온전히 나만 신경 쓰고, 나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여행. 그런 여행을 한 번쯤 떠나보고 싶었다.



이번 괌 여행은 '어쩌다 보니' 혼자서 떠나오게 되었다. 나 역시 애초부터 괌으로 혼자 여행을 오겠다고 작정을 하고 온 게 아니라 어찌어찌 괌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이 하나 생겼는데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이 모두 시간 내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생긴 비행기 티켓을 버릴 수도 없고... 혼자서라도 즐기다 와야겠다 마음 먹고 떠나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혼자서만 떠나는 여행이 종종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익숙한 곳을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괌에 혼자서 도착하고 나니 어디부터 가야할 지 막막했다.


렌터카를 대여하면서 받은 괌 지도를 펼쳐놓고 한 번 훑어 봤다. 괌은 우리나라 제주도의 1/3 정도 크기로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 차를 타고 돌아보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는 곳이다. 하지만 섬의 북서쪽은 미군의 군사시설이 있는 곳이라 출입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로 투몬 비치가 있는 동부와 남부 투어가 괌에서 할 수 있는 여행의 전부이다. 섬 북쪽에 위치한 리티디안 비치는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가는 길이 험난할 뿐만 아니라 "차량 도난, 유리창 파손, 타이어 탈취 등 차량관리 철저" 라고 빨간색으로 적힌 안내문구를 보고 나니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더구나 혼자 온 여행인지라 위험하다는 곳은 더욱 조심스러웠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바로 "사랑의 절벽!" 로맨틱한 지명과는 달리 이곳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오래 전 이곳에 살던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반한 스페인 장교가 강제로 결혼을 하려고 하자 둘은 도망쳤고, 여기까지 쫓아온 스페인 장교를 피해 서로의 머리를 묶은 채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얼마나 사랑을 했으면 죽어서조차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머리를 묶었을까 라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곳에는 둘의 사랑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 세워져 있고, 수많은 연인들이 사랑을 서약하는 자물쇠를 매달아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괌으로 여행을 왔다면 꼭 들어야하는 필수코스이기도 하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뒤로 한 채 도착한 곳은 아름다운 괌의 바닷속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피쉬 아이!" 이곳에서는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바다까지 이어진 긴 다리를 건너면 놀라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건물의 지하는 마치 잠수함처럼 바닷속을 훤히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 굳이 힘들게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매고 잠수하지 않더라도 건물 안에서 편하게 멋진 바닷 속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열대어 뿐만 아니라 운이 좋으면 상어도 볼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라 가족과 함께 왔다면 꼭 가봐야할 곳이다. 



세티 베이 전망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남부투어가 시작되는데, 해안도로를 따라 4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으니 반나절 여행 코스로 계획하면 좋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푸른 하늘과 더 푸른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눈이 시리다 못해 가슴까지 뻥 뚫리는 느낌! 이래서 자꾸만 여행을 오는가보다 싶다.



세티 에비 전망대를 지나서 달리다 보면 커다란 십자가가 멋진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세워져 있다. 이 십자가는 마젤란의 십자가로 옛날 스페인의 탐험가인 마젤란이 괌에 상륙했던 곳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세웠다고 전해진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십자가 하나만 달랑 있어서 이게 뭔가 라는 생각도...



마젤란의 십자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19세기 초에 지어진 '솔레다드 요새'. '고독한 성모'라는 뜻의 이 요새는 당시 적으로부터 마을을 방어하기 위해 지어진 네 개의 요새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한데 무엇보다 여기서 바라보는 필리핀 해의 풍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혼자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생각들이 들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혼자 오는 여행도 나쁘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티 베이 전망대에서부터 눈에 들어오던 섬 하나가 있었다. 야자수, 푸른 하늘, 에메랄드빛 바다! 딱 내가 상상해오던 휴가지의 모습이었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이 섬의 이름은 코코스 아일랜드! 선착장에서 이 섬까지 오가는 페리를 타면 10분만에 갈 수 있는데,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그림같은 섬이라고 한다.

이 섬에서는 수상스키, 윈드서핑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가오리와 귀상어 등 여러 어종들도 만날 수 있어 스쿠버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한 곳이다. 시간만 많으면 한 번 들어가보고 싶은 섬이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괌 남부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이나라한 자연풀장! 이곳은 인공적으로 만든 수영장이 아니라 암초가 파도를 막아주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난 자연풀장이다. 바닷물이지만 마치 강처럼 잔잔하게 흘러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자연이 선물해준 수영장에서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아무리 혼자 왔다고는 하지만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괌은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곳이라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한국 말이 들려와서 마치 국내를 여행 중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관광객들보다 현지인들에게 잘 알려진 로컬 식당을 찾아가면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미 해군 기지 인근에 위치한 이 식당은 수제 버거로 유명한데, 빵만큼이나 두툼한 패티와 바삭한 감자 튀김이 일품!


게다가 한국인이라고는 나 혼자 뿐인 이 식당에서 혼밥을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다만 혼자다 보니 운전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 앞서 많이 망설였다. '혼자가면 외롭지 않을까... 혼자 가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혼자 다녀온 여행은 허전함보다 채워지는 게 훨씬 많은 여행이었고, 다른 사람을 신경쓰느라 정작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나에게 꼭 필요했던 여행이었다. 다음에 또 다시 혼자 떠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망설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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