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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Mar 28. 2019

익숙함 속 새로움의 연속, 두번째 대만 여행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갔던 데를 왜 또 가?



"여행"이 어느 순간 내 삶에 슬며시 들어오고, 언젠가부터 내 일상이 되어버렸을 때부터 쭉 가졌던 생각이다. 왜 진작 더 일찍 나가보지 못했는지 아쉬움이 들 정도로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버린 여행. 떠날때마다 늘 새로움이 가득했다.

그리고 마치 여행에 한맺힌 사람마냥 비행기표 특가만 뜬다 하면 미리 떠날 여행지를 정했는데, 이미 가봤던 여행지는 당연히 후보 리스트에서 탈락. 지금부터 한 번에 한군데씩만 가도 평생 세계를 못돌아다닐텐데 굳이 갔던 곳을 또 가야하냐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던 와중 그동안의 신념을 깨고 갔던 여행지를 또 가게 되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여행을 가기로 하고 여행지를 정하고 있었는데, 다같이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최대 2박 3일, 그 짧은 기간동안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여야했고, 각자의 취향을 고려해 맞춘 곳이 '대만'밖에 없었다.


맙소사 갔던 곳을 또 가야한다니. 내 여행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기왕 이렇게 된거 혼자라도 먼저 떠나서 돌아다녀보자 라며 친구들보다 4일이나 앞서서 먼저 대만으로 두번째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것도 "무계획"으로!


뜻밖의 행운, 에바항공 키티 비행기


두번째 여행도 처음이었지만 이렇게 무계획으로 떠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이렇게 철저히 계획적인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여행 가기 전에 항상 계획을 짰었는데, 이번엔 갔던 데 또 가는 거니까 괜찮겠지 라는 왠지 모를 안도감 때문인지 정말 달랑 여행책 하나만 들고 떠났다.


물론 첫번째 여행은 가족과의 여행이었고, 두번째 여행은 친구들이 오기 전까지 혼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그냥 나가기 귀찮으면 숙소에서 놀지 뭐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행만 떠나면 특유의 성실함과 호기심이 발동하여 결국 숙소에만 있었던 적은 하루도 없었다.


아침이 되면 여행 책을 펴놓고 오늘은 어딜갈까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길을 나섰다.





카페에서 멍때리며 여유부리기


여행지에 가서 유명한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카페투어'가 유행이지만,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일분 일초를 다퉜던 나에게는 카페는 그저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카페인을 충전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계획이 없었기에 시간도 여유로웠고, 그래서 카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오콩의 이름 모를 한 카페에서 마신 아.아


처음으로 간 곳은 마오콩의 카페. 마오콩은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야하는 곳인데, 산길을 따라서 유명 식당과 카페가 많아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게 이럴 때도 쓸 수 있는가보다. 충분히 검색하고 갔다면 어디가 맛집이고 어디가 유명해서 여기를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곤돌라를 타기도 전부터 거기만을 목적으로 직진했겠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이 가니 그저 끌리는대로 들어갈 수 밖에... 

날은 더웠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모금과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단수이 스타벅스에서 아.아


그저 일몰을 바라보는 것 뿐인데 괜히 눈물이 나는 것 같은 기분. 단수이 스타벅스에서 바라본 일몰이 그랬다.


사실 일몰이나 일출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공감하겠지만, 생각보다 기다림의 시간이 꽤 길다. 아.아 하나 시켜놓고 노래도 듣고 괜히 사진도 찍어가며 시간이 꽤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해는 질 생각을 안했고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거셌으며 눈은 너무 부셨다. 

여행지까지 와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게 아깝다 라며 지루함이 엄습할 때쯤 문득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서 컬러링북을 칠하며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여자, 바닷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가족 등을 보며 그 한가로움 속에 나도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혼자 왔지만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눈이 부시게.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석양


그러다가 해는 뉘엿뉘엿 붉은빛으로 물들며 지기 시작했고 그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수차례 여행을 다녀봤지만 이제서야 일몰을 온전히 보는 것 같았다. 해가 지기까지 꽤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가 지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붉은 태양은 모습을 감췄고, 그 후로도 남은 여운 때문에 한참동안이나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내 취향의 맛집을 찾아서


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번 있지만, 그 중 하나는 SNS에서 우연히 본 먹음직스러워보이는 맛집 메뉴들을 봤을 때가 아닐까 싶다. 여행에서 황금같은 시간들을 투자해가며 줄을 서서 들어가고 사진과 영상에서만 보던 음식들을 눈앞에서 영접한 후 인증샷을 찍은 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지가 않아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래서 첫번째 여행에서 여러 음식들을 먹어본 후 다시 가서 먹어보고 싶은 메뉴들을 위주로 꼽다보니 나도 몰랐던 내 취향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았다.


망고빙수, 그 맛을 잊지 못해 갔던 곳을 또 가봄


지금 생각해도 가장 최애 음식은 역시 망고빙수! 처음 먹었을 땐 세상에 뭐 이런 맛이 다 있나 싶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냉동 망고밖에 없어서 가격은 비싸고 맛은 없으니 그동안 망고가 그렇게 맛있는 음식인줄 미처 몰랐다. 그래서 처음 대만에서 망고빙수를 먹으러 갈 때 큰 기대는 없었는데, 한 번 먹어보니 그 맛이 잊혀지지 않아 첫번째 여행에서도 두번째 여행에서도 망고빙수를 향한 여정이 계속되었다.


딤섬 3대 맛집 정벅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나의 취향, 딤섬!

사실 대만에서 딤섬과의 첫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첫번째 여행에서 딤섬으로 유명한 딘타이펑을 가려고 하는데, 일정 상 융캉제에 있는 본점이 아닌 101타워 지하에 있는 지점을 갔었다. 진지하게 말하지만 주말 저녁 유명 관광지의 맛집을 갈 생각이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1시간의 대기시간, 사람이 많아 떨어진 음식 퀄리티.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음식은 원조에서 먹어봐야한다는 얘기가 많아 속는 셈 치고 이번엔 본점을 가보았는데, 역시 옛말은 틀린 게 없었다. 일단 5시쯤 혼자 방문하니 웨이팅이 전혀 없었고, 갓 만든 것 같은 따끈따끈한 딤섬을 먹고 나니 머리 속에서 꽃밭이 펼쳐지고 빛이 나는 것 같은 기분. (feat. 요리왕 비룡)

그 이후로 딤섬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현지 맛집, 최근 핫한 맛집까지 모두 섭렵하고 나니 왠지 특별한 경험을 한 기분이었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는 동네도 내가 항상 다니던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보면 내가 살던 곳이 맞나 하는 색다른 기분마저 든다. 하물며 제 아무리 가봤다 하더라도 짧은 기간동안 머문 여행지는 어떻겠는가.


그토록 기피했던 두번째 여행은 나에게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일단 가장 큰 장점은 길이 익숙하다는 것. 거의 2년만에 다시 찾은 곳이었지만 지하철 노선도를 다시 보니 어디엔 뭐가 있고 어디로 가려면 뭘 타야한다는 게 눈에 확 들어왔다. 적어도 길을 헤매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실한 장점.

또한 두번째 여행은 좀 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된다. 남들 다 가야한다는 유명 관광지나 맛집이 아닌 내가 좋아했던 곳, 내가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먹으러 가게 되서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다.

 

만약 세번째 여행을 가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제갈량이 세번째에 마음의 문을 연 것처럼 같은 곳을 세번 방문하면 대만은 또 나에게 다른 문을 열어줄까?



EDITOR. JISUN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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