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뜨고 TTGO May 09. 2019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진짜 사하라와 만나다

모로코 여행기

그 동안 아시아권 여행지를 주로 소개했다. 하지만 필자는 유럽을 넘어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주로 많이 다닌 여행작가다. 이제부터는 먼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먼 지역, 즉 제3세계 여행지도 하나둘 천천히 소개하려 한다.



누구나 잘 알면서도 쉽게 가보지 못하는 장소가 여기 있다. 바로 북아프리카 전반에 걸친 세계에서 가장 큰 사막, 사하라다. 사하라 투어는 보통 2박 3일로 이루어지는데, 진짜 사하라와의 만남은 2일차 오후, 메르주가라는 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메르주가(Merzouga)는 모로코 동남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사하라로 가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곳만 통과하면, 바로 장대한 사막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베르베르인과 함께 낙타를 타고 깊숙한 사막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여행자들은 메르주가 베이스캠프에 큰 짐을 두고, 낙타 몰이꾼을 따라 걷는다. 베르베르인 낙타 몰이꾼은 쉬고 있는 낙타를 가리키며 한 명씩 태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갈 법한 여행자는 제법 덩치가 큰 낙타에, 가벼운 여행자는 작은 낙타에 오르는 식이다.



여행자가 모두 오르자 낙타 몰이꾼은 끝없는 모래사막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고, 노끈으로 연결된 낙타들이 그 뒤를 조용히 따라 걷는다. 본격적인 사막에 진입하자 여행자들은 저마다 탄성을 내지른다. 낙타 행렬은 본격적인 붉은 사막으로 진입했고, 여행자들은 카메라를 꺼내 들고 분주히 이쪽저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낙타에 오를 때 주의할 사항이 하나 있다. 낙타는 다리 관절이 3개기 때문에 일어설 때와 주저 앉을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이때 중심을 잡지 못하면 떨어져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때만큼은 낙타 등받이의 손잡이를 꼭 잡아야 한다. 이동 중에 사진을 찍더라도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있는 것이 좋다. 또 자세가 불안정하면 사타구니와 허벅지 안쪽이 쓸리게 된다. 여러모로 여행자는 낙타와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낙타 사파리는 사하라 투어의 꽃이다. 낙타가 뒤뚱거리며 사구를 하나둘 넘어갈 때마다 사하라는 자신의 참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노을빛을 받은 붉은 모래 언덕은 끝없이 펼쳐졌는데, 어느새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만다. 동서남북 어딜 봐도 장관이다. 사하라가 선사하는 환상적인 모습은 여행자의 두 눈을 완벽히 홀렸고, 사타구니의 가벼운 통증조차 잊게 했다.



낙타에 오른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모래바람이 불어오자 고개를 반대로 돌렸는데, 우연히 환상적인 장면과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완벽하게 붉게 물든 사하라의 노을이다. 그만 낙타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노을을 이제서야 확인한 것이다. 장대한 사구 너머로 붉은 하늘이 펼쳐졌고, 그 아래로 또 다른 무리의 낙타 행렬이 지나간다. 여행자가 더욱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낙타 몰이꾼은 낙타 행렬을 이리저리 조정하는 것. 덕분에 여행자는 인생 최고의 사진을 여럿 건질 수 있다. 뜨거운 태양은 금세 넘어갔지만, 여전히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다. 낙타에서 내린 여행자들은 사구 이쪽저쪽을 어린아이처럼 뛰어다니며 깔깔거린다. 점프 사진을 찍는 이들도 보이고, 입맞춤하는 커플도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사하라를 찾은 여행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금 이순간을 추억한다.





TRAVEL INFORMATION


모로코 - 북아프리카 서쪽 끝에 자리한 나라. 동으로는 대서양, 서로는 알제리, 남으로는 모리타니, 북으로는 지중해와 면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연결되는 직항 노선은 없으며, 파리나 이스탄불, 두바이, 아부다비 등을 1회 경유해 카사블랑카로 들어간다.



아이트벤하두 - 사하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마을. 사막에서 살던 베르베르족이 11세기에 건설했고, 마라케시와 사하라를 오가는 상인이 주로 머물렀다. 사하라 투어에 참여하는 여행자는 보통 당일치기로 이곳을 스쳐 지나간다.



아틀라스 산맥 - 아프리카 북서부 모로코에서부터 알제리에 걸쳐 동서로 길게 뻗은 산맥.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사하라 투어에 참여하면, 반드시 이 산맥을 넘게 된다. 중간중간 멋진 포인트에 정차해 기념사진을 찍는다.



토드라 협곡 - 사하라에 도착하기 전, 들르는 협곡. 높이 160m가 넘는 협곡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기분이 들게 한다. 2억년 전 지각변동으로 생긴 이 협곡은 여행자 사이에서 '북아프리카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페이스북 http://facebook.com/way2airport

블로그 http://blog.naver.com/toairport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2theairport/

작가의 이전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