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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뜨고 TTGO Sep 16. 2019

타이베이 여행 2탄-1950년대 은행이 현대적인 호텔로

화산딩 바이 코스모스 크리에이션 타이베이

2019년 5월의 대만여행은 오래된 이야기를 가진 몇몇 호텔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어느덧 타이베이도 7~8번 정도 방문했으니, 나의 방문지 리스트에서는 가장 높은 재방문율을 기록하는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호텔을 새롭게 찾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화산딩 호텔은 우연히 검색 중에 알게 됐다. 우선 이 호텔을 만든 '코스모스 크리에이션'은 무엇일까? 40년의 역사를 지닌 대만의 로컬 호텔그룹 '코스모스 호텔 & 리조트'가 오랜 호텔업 노하우를 이용해 외부 프로젝트를 위탁 운영하는 브랜드다. 이 호텔의 건물은 1952년까지 제일은행이었고, 타이베이 정부의 도시 재생 사업 일환으로 코스모스 크리에이션이 이를 맡아서 새로운 호텔의 브랜딩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호텔의 등급은 3~4성급 여행자 전용 호텔이고, 전체적으로 옛 건축물의 모티브와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이 호텔은 복합문화공간 화산 1914가 있는 중샤오신성 일대에 있는데, 이 부근에서 여러 차례 숙박을 했었지만 순전히 이 호텔 때문에 다시 이곳을 찾게 되었다.



로비의 계단 귀퉁이에는 옛 은행의 정체성을 담은 금괴 모양의 설치 작품이 시선을 끈다. 차분한 분위기의 로비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객실로 향했다. 객실은 크게 스탠다드와 슈페리어로 등급을 구분할 수 있으며 두 등급의 가장 큰 차이점을 들자면 창문의 유무다. 다수의 스탠다드 객실에 창문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으니 창문에 민감하다면 가급적 슈페리어로 예약하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옛 건물이라 그런지 창문이 높은 곳에 위치해 있고 열어도 활짝 열리지 않는 구조다. 하지만 옛 건물의 특성상 천정이 꽤 높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객실이 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전체적으로 일러스트를 활용해서 지역 기반 문화를 강조했다. 새 호텔이라 그런지 베딩은 꽤 편안하고 쾌적했다. 객실 내에는 자유여행객에게 필요할 만한 것들을 꽤 세심하게 준비해 놓았다. 커피포트와 생수 2병은 물론, 괜찮은 품질의 드립 커피와 차 종류도 있고 웰컴 스위트로 준 과자도 굉장히 맛있었다.



체크인할 때 객실 키 외에 하나를 더 주는데, 바로 조식 교환용 쿠폰이다. 꼭 우리네 엽전을 닮은 금화 모양인데, 역시 은행 건물이던 이 곳의 히스토리를 반영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현지 느낌 충만한, 조식 뷔페 조식당은 1층에 있는데, 생각보다 엄청 아름답다. 어느 복고풍 다방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옛 건물에 있던 소품들도 진열장에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일반적인 호텔에는 잘 없는 소파와 테이블도 많아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이 든다. 메뉴 역시 대만을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현지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메뉴들이 다수 준비되어 있다. 길거리 포장마차를 본딴 테이블 쪽이 현지 메뉴인데 주로 루러우판이나 죽과 같은 대만식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빵이나 샐러드처럼 서양식 뷔페 메뉴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죽 코너에 가니 반가운 김치도 보인다. 6살 조카를 데리고 온 우리 동생 모녀도 매우 만족했던 식사였다.



전반적으로 화산딩 바이 코스모스 크리에이션은 여러 가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처음 생길 때와는 달리 이제는 딱히 주목받지 못하는 화산 1914가, 이 호텔에 묵으면서는 오며가며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 되었다. 예전보다 레스토랑과 카페, 예쁜 숍도 많이 늘어나서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주말에는 행사도 많이 열린다. 호텔을 마주한 화산 1914 일대가 호텔의 연장선상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특급호텔같은 부대시설이 없더라도 크게 아쉽지 않았다. 그게 이 호텔을 기획한 의도인 듯 해서 더욱 신기했다. 기성의 호텔 그룹에서 이렇게 새로운 감각의 브랜드를, 그것도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코스모스가 운영하는 다른 대만 호텔에도 새롭게 관심이 생겼다. 다음 호텔 여행에는 최근 화련 지방에 오픈했다는 코스모스의 멋진 리조트를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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