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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띠 Mar 02. 2022

[딩딩리포트] 기대 쇼크

2022년 3월 2일 /  국제유가 급등 여파로 급락한 세계 증시

밤 사이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습니다.


현지시간 어제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무려 8%나 급등했습니다. 종가는 배럴당 103.41달러로, 우려했던 100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http://www.seoulfn.com/news/articleView.html?idxno=448034


그 전에도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막상 유가가 100달러를 딱 넘어서니까...

각종 경제기사에서 우려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도대체 유가 100달러가 뭐길래 이럴까요?



그간 많은 전문가들이 100달러 선을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제시했었는데요.


아니, 그럼 99달러일 때는 괜찮다가 100달러가 되면 달랑 1달러 차이인데...

세상이 뭐 뒤집히기라도 하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죠?


왜 이렇게 자릿수가 바뀌는 것에 민감한 걸까?

오늘은 왜 그런 건지, 그 이유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자, 제가 예를 한번 들어볼게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이터널스>에 출연한 영화배우 마동석 씨가 지금부터 디즈니랑 출연료 협상을 한다고 쳐보겠습니다.


자! 지금부터 입금협상! 아니 임금협상 한번 하러 가볼까요?


일단, 간단히 출연료로 하루에 1억 원을 주기로 했다고 쳐보겠습니다. 하루에 1억이면 꽤 큰돈이죠?


그런데, 연봉 협상하러 가는 사이에 갑자기 뉴스 속보가 하나 나옵니다. 다음 달에 맥도널드 빅맥 가격이 1개에 2천만 원으로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2만 원 아니고! 2천만 원!! 삐빅 -


[단독] 맥도널드, "빅맥 가격 내달 2천만 원으로 인상"    ( 출처 : Dingdingtimes )


빅맥이 1개에 2천만 원이면, 한 입에 대략 2~3백만 원 정도?


자, 차 안에서 이 뉴스를 본 마동석 씨는 어떤 생각에 빠질까요? '길가메시' 분장하는 데만 몇 시간이 걸리는데, 고작 빅맥 5개 먹자고 이 짓을 해?


이런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 참고 : 이터널스에서 마동석 씨는 길가메시 역으로 출연하고 있습니다. )


"딩딩타임즈 보셨죠? 빅맥이 2천만 원 간다는데... 저 1억 받고는 이 촬영 못 합니다~"



출연료 협상을 할 때 당장 이런 말 하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출연료 더 올려달라고 주장할 것이고요.


아마 딩딩타임즈의 빅맥 가격 인상 뉴스가 맞다면, 디즈니도 출연료 인상에 합의하게 될 겁니다.


결국, 딩딩타임즈 보도로 인해 마동석 씨는 일당 2억 원에 연봉협상을 마무리 하게 됩니다. 하루 일하면 그래도 연예인인데 빅맥 10개는 먹을 수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어떻습니까?


아직, 빅맥 가격은 오르지 않았어요. 딩딩타임즈 보도만 나왔을 뿐이죠. 다만, 마동석 씨의 머릿속에서 2천만 원으로 올랐을 뿐입니다.


단순히 가격이 오를 거라는 기대(Expectation)만으로 실제 물가(출연료)가 올라버렸습니다. 그래서, 경제 주체들의 물가에 대한 기대 심리도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바로 이런 걸 기대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물가를 관리하는 중앙은행은 지금 눈에 보이는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도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정부가 나랏돈을 푸는 것도 풀린 돈 자체가 물가를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나랏돈을 푼다는 것 자체가 기대를 자극해서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도 있는 거죠.


이주열 총재가 늘 일문일답을 할 때, 기대(Expectation)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는 이유입니다.


https://biz.chosun.com/policy/policy_sub/2022/02/24/ISFIXU4YMVGXVPJFBHMPBOTYZM/?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


아무리 실물 통제를 잘한다고 해도 기대가 무너지면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한국은행에 가면 이걸 제일 앞에 써붙여놨습니다.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는 연 2%입니다.  ( 중기 목표치 기준 )







그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기 전에도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과 러시아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였고요.


각종 우려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오늘 처럼 100달러 대에 진입하자마자 이제부터 각잡고 쓰는 기사가 나오는 건 바로 이렇게 유가가 세 자릿수에 들어가면 경제 주체의 기대 심리를 확 바꿔놓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이걸로 인해 물가가 급격히 오를 거란 기대가 퍼지게 되면,  앞서 보여드린 '마동석 모델'이 가동되면서 임금 인상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데요.


오늘자 딩딩리포트를 미리 보기라도 한 걸까요?


이미 삼성전자에서는 역대 최고의 임금 인상률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올해 인상률 15.7%로 작년의 2배가 넘습니다.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2/02/09/6PBG67HXOJAWDFVHGENGL2CW6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당연히, 이같은 가파른 임금 상승의 배경에는 기대인플레이션도 자리 잡고 있고요.

국제유가 100달러 선 돌파는 이러한 기대를 자극하는 단초가 될 수 있는 거죠.


우리 정부도 시중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꿔말하면 기대인플레이션도 잠재우기 위해 유류세를 전격적으로 인하해 국내 기름값 안정에 나섰지만 이 효과마저도 국제유가상승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기름값은 크게 세 단계를 거쳐서 결정되거든요.


(1) 달러를 바꿔서,
(2) 그걸로 원유를 산 뒤에,
(3) 나라에 세금을 낸다.


자, 여기서 (2)번 - 원유를 살 때 국제유가, 지금 계속 오르고 있죠.

거기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망가지면서 (1) - 달러를 바꾸는 가격도 오르고 있거든요.


달러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면서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20228000973


그러니 우리는 (1) 달러도 오르고, (2) 기름값도 오르니 (3) 세금을 깎아줘 봐야 소용이 없는 거죠.

그래서 다시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제는 리터당 1900원 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유명무실해진 이유입니다.


https://www.dailian.co.kr/news/view/1087926/?sc=Naver


더구나, 지금 상황도 안 좋은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향해갈 거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거든요.   


https://www.yna.co.kr/view/AKR20220228049100009?input=1195m


당연히, 이건 경제 주체들의 '기대'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국제사회는 이란에서 핵협상이 타결되면 원유 공급이 늘어날 걸로 기대를 했었는데요.


밤사이에는 이란의 핵 협상이 막바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란의 최고 지도자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는 강경 발언을 쏟아 냈어요.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이 나온 건데. 이런 영향도 국제유가를 자극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302005100099?input=1179m


* 이란의 핵협상과 국제유가의 관계에 대해 못 보신 분은

지난 2022년 2월 9일 딩딩리포트를 참고해 주시고요.

↓↓↓↓↓↓↓

https://brunch.co.kr/@tti/89




정리하자면, 밤사이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세계적인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요.

여기에 밤사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면서 투자 심리가 흔들렸습니다.


전 세계 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는데요. 미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고요.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습니다.


러시아는 2월25일 기록이 마지막이죠? 아예 증시가 폐장해서 지금 셧다운 상태입니다.



지금 러시아에서는 루블화가 휴지 조각이 될 거란 우려 때문에 러시아인들이 비트코인을 사재기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것 역시 '기대 인플레이션' 영향이라고 봐야겠습니다.


https://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2203010029&t=NN


지금 상당수의 러시아 시민들이 러시아 화폐가 휴지조각이 될 걸로 기대를 하고 있다보니, 러시아 물가가 폭등할 걸로 우려되니까 너도 나도 비트코인을 사서 헷지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러시아인이든 아니든 관계 없이 '기대 인플레이션'과의 사투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밤사이 상황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기대 쇼크(Expectation Shock)'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 : 유튜브 딩딩대학 염규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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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딩대학 뉴스연구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 6시 딩딩경제 3강이 업로드 됩니다.

똑똑하고 싶은데 어려운 건 싫어?

< 초 중도 이해할 수 있는 교양수업, 딩딩대학>에서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역사와 쟁점들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고 있습니다. 1강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개념을 살펴봤고요.

2강에서는 물가와 금리, 주가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3강 보기 전에 미리 ㄱㄱㄱㄱㄱ


불확실한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 부탁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qRggPD6Arc&t=36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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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강을 못 보셨다면? 1강부터 다시보기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jjOHK4a3xPY&t=20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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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너스 영상 >

이제 대선이 얼마 안남았는데요. 아직 누구 뽑을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준비한 3분 코너! 보고 가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qvQCehnIt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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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딩딩대학이 팟캐스트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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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티(PODTY)x 딩딩대학> 콜라보를 시작했습니다.



 팟캐스트 주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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