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러시아는 당장 전쟁을 멈출 의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전쟁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민간인들 피해에만 신경 쓰는 모습이죠.
여기서 잠깐 옛날이야기를 하자면, 1899년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1회 만국평화회의(Hague peace conferences)가 열립니다. 여기엔 미국, 러시아, 유럽 제국들이 참여했고요. 이란의 전신인 페르시아, 그리고 아시아에선 청나라와 일본까지 참여해요. 여기에서는 전쟁에 관한 규칙을 국가들이 논의하는데요.
1차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는 70일 가까이 진행됐고요. 26개국이 참여했다고 전해집니다.
19세기를 거치면서 전쟁으로 인한 국력 소모가 커지면서 전쟁과 평화에 관한 논의를 하게 된 건데요. 제가 이 얘기를 왜 꺼냈는지 말씀드릴게요. 바로 이 회의를 하자고 제안한 사람이 다름 아닌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입니다.
니콜라이 2세는 취임 5년차에 야심차게 회의를 제안하지만 러시아 혁명으로 결국 처형됩니다.
이렇게 러시아가 주최한 이 회의에 러시아 대표로 '표도르 마르텐스(Fyodor F. Martens)'라는 국제법 학자가 참여하게 되는데요. 이 마르텐스의 주장으로 전쟁 규칙에 조항이 하나 삽입됩니다. 헤이그 육전 협약 전문에 명시된 조항인데요.
즉,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국가들은 '공공 양심의 요구(dictates of the public conscience)'에 따라 국제인도법이나 기존의 민간인 보호와 같은 관습법을 준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시 상황에서는 무엇이든 허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면서 아무리 전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국제인도법 등을 폭넓게 고려하자는 취지의 조항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