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은 안 좋을 수밖에 없었죠. 어제 QT 소식도 증시에는 악재이니까요. 이렇게 가뜩이나 투자 심리가 불안한 상황이었는데 밤사이엔 여기에 불안을 부추기는 발언도 추가로 나와 하락세를 더 부추겼습니다. 바로, 미국 연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서늘한 얘기를 했거든요.
현재 인플레이션은 1970년대와 1980년대와 견줄만하다. - 제임스 불러드-
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는 아시다시피 당시 중동전쟁으로 불거진 오일쇼크가 있었던 기간입니다. 당시 전 세계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고, 경기는 침체에 빠져 우리 국민들도 고초를 겪었었는데요. 지금의 상황이 '오일쇼크와 같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 거죠.
* 오일쇼크 당시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영상에서 1분 22초부터 보시면 됩니다. ↓↓↓↓↓
아무튼 이런 얘기를 하면서 불러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3.5%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미국의 현재 금리 수준은 0.25~0.5%로 제로금리에서 한 스텝(0.25%p) 올라온 상태였거든요. 이 상태에서 불러드 총재가 말한 대로 3.5%까지 가려면 올해 남은 8개월 동안 3%p를 올려야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지금, 미국이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회의가 올해 딱 6번 남았는데, 불러드 총재 말 대로라면 남은 기간 6번을 모두 0.5% p 씩 올려야 한다는 거죠. 보통 금리를 한 번에 0.25% p씩 올리는데, 한 번에 0.5% p를 올리는 걸 언론에서는 이른바 '빅 스텝'이라고 불렀는데요. 미국이 이르면 다음달에 '빅 스텝'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오면서 증시에 부담을 줬었거든요. 그런데, 불러드는 이런 '빅 스텝'을 앞으로 매번 6번 연속 더 하자고 말한 거죠. 거의 3단 뛰기 하듯이, 껑충 껑충 큰 스텝으로 0.5% p씩 금리를 퍽퍽 올리겠다는 거죠.
그래서 오늘 제목을 '3단 뛰기'로 잡았습니다.
이러니 장 초반 증시에 충격이 왔던 거죠.
"제 이름은 불러드(Bullard)입니다. Blood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게다가, 밤사이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미국 노동부가 집계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 수가 16만 6천 건으로 지난주 대비 5천 건 감소했거든요. 196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실업 수당이 적었다는 건 취업자가 많단 소리고. 취업자가 많으면 그만큼 경기가 회복 중이라는 거니까.. 언듯 들으면 좋을 것 같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불러드 총재 같은 분들이 "어 ~ 이제 경기 회복됐으니 금리 맘 놓고 올려도 되겠네"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보니까... 고용 지표도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줬습니다.
다만, 오후 들어서 미국 증시는 약간 반등했는데요. 일부 연준 인사들이 비둘기스러운 발언을 내놓은 겁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목표가 오랜 기간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거든요. 이 말은 금리 너무 급하게 올리면 성장에 저해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히니까요. 불러드가 지른 불을 어느 정도 꺼주는 효과가 있었고요. 또, 밤 사이 미국에서 국제 유가도 소폭 하락했습니다.
아무튼 밤 사이 이런 일이 오가면서 미국 증시가 널뛰기하듯이 내렸다 올랐다 했는데요. 3 거래일 만에 반등장이 오긴 했지만, 지금 외부 환경을 보면 오르긴 올랐지만 상승 국면으로 전환됐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고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는 모습 보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또 다음 달부터 시작될 '빅 스텝' 금리 인상, 러시아의 디폴드 우려 등 호재보다 사실 악재만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긴 하거든요. 거기에 불러드의 '3단 뛰기' 위협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