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러서 주는 거 아니지?
왜 마지막 한 입만 주는 거야?
연애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다. 여자와 남자, 그리고 평생을 다른 부모님 아래서 다른 환경으로 살아온 것. 이것들만 해도 연인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근데도 기어코 이해하려 드니 서로 다투고 '우린 아닌가 봐'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이는 엄청 심각한 때에만 발생하는 감정들이 아니라 아주 단순하고 남 얘기로 들으면 '엥 그런 걸로 싸웠다고?' 이럴만한 일들이 많다. 아마도 10에 8은 그럴 것이다. (만일 누가 들어도 심각한 일로 싸움이 잦다면 관계를 멈추는 것을 권한다. 적어도 나는.)
전에 연애를 하면서 정말 서운했던 한 가지, '왜 남자 친구는 마지막 한 입만 나에게 줄까?'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왜?'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이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발 내가 종특이 아니길..ㅎ)
이를테면 이런 거다. 보통의 연인들은 맛있는 걸 먹으러 가서 서로 다른 음식을 주문한다. 그건 한 곳에서 여러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유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왠지 커플끼린 나눠 먹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어쨌든 그때부터 문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싸움이 일어난다. 음식을 받고 한 입 먹자마자 '오, 한번 먹어봐' 이게 자연스러운 사람이 나라면 상대방은 배고플 땐 정신없이 먹기만 하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내가 몇 입을 계속해서 주고 있었음에도 먹어보라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 그럼 거기에서 서운함이 생기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먹을걸로 왜 안주냐고 서운해하기엔 민망하다. 꾸역꾸역 먹다가 꼭 마지막 한 입이 남으면 눈치를 보듯 떠서 내 입에 갖다 댔다.
"왜 꼭 마지막 한 입만 주는 거야?"
"아, 미안 미안 너무 배고파서 그랬나 봐. 이거 먹어봐 맛있어..ㅎ"
"됐어, 안 먹어!"
결국엔 '네가 날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배고플 땐 생각도 안 났다가 배부르니 눈치껏 주는 거야'라는 말까지 나온다.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아니라고는 하지만 당시에는 그게 왜 그토록 서운했던지. 솔직히 음식이 나오면 먹여주기 전에 '맛있어?' 하고 알아서 떠먹거나 한입 달라고 말해도 되는 건데 내 성격에는 알아서 모든 걸 먼저 해주길 바랬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유치한 이유긴 하지만 사실 지금 또 이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럴 것 같기도 하다..ㅋㅋ)
근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마지막 한입' 은 왜 좋아하지 않으니까 주는 거라고 느꼈을까? 그것도 의문이다. 어떤 때는 내가 먹다가 엄청 맛이 있으면 배가 불러도 마지막까지 내 입으로 들여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가끔 연애하면서도 느꼈다. 좋아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가끔은 먹는 것도 그걸 참고 주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허겁지겁 먹을 만큼 맛있는걸 마지막에라도 나에게 주는 거니 상대방은 얼마나 꾹 참고 줬을까 귀엽기까지 하다. 날 좋아하니까 그나마 마지막 한입이라도 준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이런 마음에 별일이 아니었구나 싶다.
어떻게 보면 정말 내 나름대로의 합리화고 해몽이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거라도 좋다. 내가 마치 배부를 때나 주고 싶은 '마지막 한입' 정도가 된 것보다는 온 힘을 다해 너무나도 먹고 싶지만 꾹 참고 '마지막 한입'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연인이 되고 싶으니. 그리고 그 한입 때문에 그동안 고마웠던 것들을 다 잊고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말하기엔 ㅎㅎ참 나도 나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so cool한 연애는 어떻게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유 같지도 않은 이유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나와 연애한다는 오해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나도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으니.
배부르다고 그 한입이 맛없어진 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