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사라질 때, 우리는

♪불꽃놀이, LUCY&백아

by 섣달

제4화. 불꽃이 사라질 때, 우리는


본 게시글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이며, 해당 동영상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불꽃놀이, LUCY&백아



“올해 마지막 불꽃놀이래요.”



소희는 창가에 앉아 있던 지운을 바라보았다.
지운은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화면에는 ‘여름의 마지막 불꽃놀이’라는 행사 일정이 떠 있었다.



“같이 갈래요?”



소희는 잠시 대답을 망설였다.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불꽃놀이는 매년 있었고
불꽃이 터지며 빛나는 장면을 보며 기뻐할 마음이 남아 있을까?



“안 가고 싶으면 괜찮아요.”



지운이 덤덤하게 말했다.

소희는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갈게요.”



그렇게 소희는 다시 한번 불꽃이 터지는 밤으로 향했다.








창문을 열어 두었지만

방 안의 공기는 여전히 무거웠다.
바람 한 점 없는 여름밤.

소희는 어둠 속에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은 실이 마구 엉킨 것처럼

어지럽고 시끄러웠다.

지운이 옆에 있는데도
이따금 윤재를 떠올리고 있는 자신이 싫었다.



자꾸 같은 꿈을 꿨다.

어둠 속에서 윤재가 돌아보며 소희를 부르는 꿈.

하지만 소희는 그 꿈에서 윤재에게 한 번도 다가가지 않았다.

늘 같은 자리에서

그저 윤재가 사라지는 걸 지켜볼 뿐이었다.

현실이라고 다른 건 없었다.



윤재를 마주친 이후
소희는 흔들리고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졌다.

숨을 내쉬며 휴대폰을 들었다.

통화 목록에는 지운의 이름이 떠 있었다.
하지만 그 위에는
윤재가 남긴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손끝이 화면을 스쳤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아니야.

휴대폰을 뒤집어 내려놓았다.
하지만 가슴 한편이 계속 답답했다.

마치 이 여름이 끝나야만
그 감정도 사라질 것 같았다.








"올해 마지막 불꽃놀이래요."



창가에 앉아 있던 지운이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화면에는 ‘여름의 마지막 불꽃놀이’라는 행사 일정이 떠 있었다.

소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운은 이럴 때면 알 수 있었다.
소희가 망설일 때마다,
그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안 가고 싶으면 괜찮아요."



최대한 가볍게 말했다.
하지만 지운 자신도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괜찮지 않았다.

소희가 지운과 함께 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소희가 입을 열었을 때
그 말이 기대했던 것과 같았다.



"… 갈게요."



하지만 그 말에 담긴 무게가 너무나도 묵직했다.

지운은 알았다.

소희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것쯤은.

그런 건 아무렴 상관없었다.

자신이 소희를 끝까지 바라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희가 아파하는 건 볼 자신이 없었다.








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는 여름의 끝을 알린다.

무더운 바람이 옷자락을 스쳤다.
뜨겁던 계절이 서서히 식어가는 기분이었다.

길가의 가로수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멀리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지운과 함께 걸으면서도
소희의 시선은 자꾸만 흔들렸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
여름밤.

같은 불꽃놀이를 보면서.
윤재와 함께 있었던 기억들.



지운이 말 걸 때마다 애써 집중하려 했지만
머릿속이 자꾸만 멀어졌다.

소희는 생각했다.

지금도 윤재는 어딘가에서 같은 불꽃을 보고 있을까.

그리고

혹시라도 같은 마음일까.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소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눈부신 색들이 번져가며
검푸른 하늘 위에서 반짝였다.

지운이 옆에 있었지만
소희의 시선은 불꽃 너머
어딘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윤재와 함께했던 어느 여름밤이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무더웠다.

한낮의 열기가 밤까지 이어졌고
가로등 불빛 아래 도로는 축축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우리 저기 앉자."



윤재가 불꽃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골랐다.
공원 한편 작은 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소리를 높였고
하늘을 향해 휴대폰을 들었다.



첫 번째 불꽃이 터졌다.

거대한 빛이 어둠을 가르고
눈부신 색이 하늘 위에서 번졌다.

소희는 반짝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윤재를 바라보았다.



"예쁘지?"



소희가 물었다.

윤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불꽃을 바라보는 윤재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슬픈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소희는 그 표정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 예쁘지?"



한 번 더 물었지만
윤재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한 눈빛.

불꽃의 빛이 스러져가고,
다음 불꽃이 터지기 전
잠깐의 어둠이 찾아왔다.


윤재의 마음이 저 불꽃처럼
금방 사라질 것 같다는 걸.

그래서 더 밝게 빛나는 것이 아닐까.

소희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윤재의 손끝을 잡았다.

윤재는 놀란 듯했지만
천천히 손을 감싸 쥐었다.



"… 소희야."



그때 처음으로 윤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은 끝내하지 않았다.

그저 불꽃이 계속 터질 때까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손을 맞잡고 있었다.






지운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소희가 지운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소희 씨?"



지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희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불꽃이 터지는 하늘 아래
지운이 조용히 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네."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저 멀리
윤재와 함께했던 그 여름밤에 머물러 있었다.

지운이 한숨을 쉬었다.

지운은 소희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소희 씨."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묵직했다.



"나한테 있어줄래요."



소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다른 사람 생각하는 거 알아요."



지운은 힘없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근데… 그래도 나한테 있어 줄래요? 마음 달라는 소리는 안 할게요."



소희는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지운이 힘을 주지는 않았다.

다만 지운이 소희를 바라보는 눈빛이 간절했다.

불꽃이 또 한 번 터졌다.

그 빛이 지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난 괜찮으니까 천천히 나를 봐줘도 되니까."



지운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평소의 차분한 말투가 아니었다.




"아니, 천천히가 아니어도 돼요. 그냥…"




지운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나한테 있어 주면 안 돼요?"




소희는 무엇이라도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과 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소희가 조심스럽게 손목을 빼내자



"제발."



간절한 그 한마디가 소희의 귓가를 때렸다.

머릿속은 윤재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데
지운에게 머물겠다고 말하는 건
너무나도 이기적인 일이니까.



소희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빼냈다.

지운은 그 손길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힘없이 웃었다.

소희는 지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멈칫했다.

망설였다.

소희는 스스로도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이 싫었고

자신이 싫었다.

꾹꾹 참아왔던 감정이 한순간에 터져버릴 것 같았다.

소희의 손끝이 떨렸다.

지운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에는
윤재의 이름이 떠 있었다.

소희는 화면을 그저 쳐다봤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전화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몇 초 전까지는 분명 지운이 눈앞에 있었는데
이제 모든 게 흐려지고
오직 화면 속 이름만이 선명했다.

차마 버튼을 누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화면을 꺼버릴 수도 없었다.

지운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지막 불꽃이 터지고
빛이 스러져갔다.





모두 빛나고 있어

왠지 슬퍼 보이던

너의 얼굴이 떠오르곤 해

어디로 가는 걸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

고요하게

타들어가던 불꽃들은 어느새

우리를 밝히네

Please stay with me

Please stay for me

For me

찬란하게 빛나는 저 별이 되어서

너의 모든 날들

감싸 안아줄 테니

말없는 저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던

우리 모습이 생각나곤 해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처럼 뱉은 말

사랑해

고요하게

타들어가던 불꽃들은 어느새

우리를 밝히네

Please stay with me

Please stay for me

For me

찬란하게 빛나는 저 별이 되어서

너의 모든 날들

감싸 안아줄 테니

Tonight


- 불꽃놀이 가사 中




5화에서 계속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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