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단위로 바뀌는 날씨
암스테르담에서 겪은 추위는 잊을 수 없다. 런던에서도 춥다고 난리 더블린도 춥다고 난리 하지만 가장 추운 곳은 암스테르담.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아 운하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라 극찬했지만 내겐 그저 잘 사는 미래 추운 도시일 뿐.
도착하자마자 추위에 한방 얻어맞은 채 공항에 떨궈졌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공항엔 별 같은 전구가 늘어져있다. 피곤함으로 빛 번져 보여 미래도시 느낌이 뿜 뿜 났다.
암스테르담에서 3일 머문 동안 근처 동네에서 세계적 음악축제가 열린 덕에 원래 비싼 숙박비가 2~3배로 올랐다. 남은 방도 없고 결국 중심지와 떨어진 곳에 숙소를 예약했다.
숙소 찾아가는 길은 홀로 여행 사상 가장 큰 위기였다. 인적 없고 캄캄한 비 내리는 주택가 길. 관광지보다 주택가가 훨씬 안전하다 하지만 정말 살인마가 튀어나올 분위기라 너무너무 무서웠다. ㅅㅂㅅㅂ 꺼져라 차라리 귀신 나와라 아무 말 대잔치로 소리 지르며 숙소로 무사히 걸어갔다.
날씨가 심각하게 변덕스럽다. 소나기기 내리고 5분 뒤 맑고 갑자기 강풍이 치고 부슬비가 내리고 강풍이 또 불고 스콜이 내리고 맑고 아주 지랄. 덕분에 정신과 육신이 오락가락했다.
날씨는 쓰레기 같지만 하이네켄, 고흐 뮤지엄, 감자튀김 덕택에 즐거운 2일을 보냈다. 게다가 홀랜드 남자는 깔끔하고 체격 좋고 잘생겼어♡ 하이네켄 직원은 한 명 한 명 훈훈했지. 스윗한 그의 미소♥
하이네켄 뮤지엄엔 약간 병맛 체험이 곳곳에 있어 돌아이 사진 찍기에 도전하기 좋다. 재미가 1도 없는 기네스 스토어와 참 다르다. 애니웨이 공장에서 직접 마시는 맥주는 차갑지 않고 부드러워서 완전 좋다.
진정한 고흐 오타쿠는 나다!
고흐 미술관에 배포된 현대에서 만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상당히 알차다. 한국어 가이드와 함께라면 장엄한 고흐 오덕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흐 얼굴을 따라 그린 다른 아티스트 그림 전시관,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전시관, 그가 바다에서 그림을 그려 물감에 섞인 모래를 확인하는 현미경, 고흐 그림에 시선을 파악해 태블릿 피씨에 따라 그려보기 등 고흐 한 사람 그림 인생을 느낄 수 있는 있는 미술관이다.
특히 감자 먹는 사람들 그림에서 한참을 있었다. 그림은 침침하고 고된 노동 후 생존을 위해 감자를 먹는듯싶었다. 그림 속 사람 손엔 때가 탔다. 나름 몸쓰는 일을 하는 부모님이 생각나서 괜스레 측은했다. 불쌍해서가 아니다. 사다리 일을 하는 아빠는 5시부터 일어나 새벽에 이사 일을 나가고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부업 일을 하는 엄마는 8시까지 항상 출근을 한다. 힘들다면서 오십견이 와도 이 나이에 일하는 것이 좋다며 나간다. 하지만 그림 속 사람처럼 회색으로 돌아와 지친 몸으로 끼니를 채우고 일찍 잠든다. 그림과 저 생각이 오버랩되어 짜증 났다. 노동은 숭고하지만 나도 결국 저렇게 힘겹게 살까봐. 아니 힘겹게 살겠지.
핥핥 감자튀김도 정말 맛있다. 감자, 고구마 구황작물을 즐겨먹지 않는데 암스테르담 감자튀김과 마요네즈 조화는 최고다. 길거리에서 비 맞으며 감자튀김 한 봉지를 다 처먹었다. 촵촵촵. 그냥 감자 주제에! 감자에! 무슨 짓을 한 거죠! 특뚱 감자튀김은 전체가 퍼석하거나 딱딱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럽게 튀겨졌다. 대박은 마요네즈지. 한국과 일본과 다른 마요네즈 맛. 너란 감자 살찌는 맛 기승전 맛있었다.
추워서 욕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램브란트 동상, 홍등가, 튤립 시장 등 유명한 장소는 다 가보고 다 먹어봤다. 그리고 알차게 플레이 모빌 한정 피규어까지 사 왔지.
이제 추위와 작별 고한다. 스페인은 따뜻하겠지? 아디오스 앰스테르담! 올라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