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대 운전 고비
2020년 11월 제주 여행기를 1년 만에 올리다니 이때의 감정이 생각날까 고민을 했지만 사진을 보니 새록새록 기억이 떠올라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기록해본다. 이 날을 기억하는 게 인생 최대 운전 고비를 겪었기 때문이다. 숙소를 성산으로 잡았고 가는 길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제주는 비가 오면 하늘에 구멍 난 거처럼 내린다. 이 날이 그랬다. 일단 네비가 망가진 것도 모르고 호기롭게 운전을 했고 막 다른 길에 몇 번이나 처박히고서야 네비가 ㅄ임을 알았다. 구멍 정도가 아닌 앞도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렸다. 결국은 모르는 동네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고 기다렸지만 비가 안 그쳤다. 그냥 쪼끔이라도 잠잠해지면 운전해서 나아갔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 성산까지 3시간 만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진이 빠졌지만 지금 아니면 밥을 못 먹을 거 같았다. 역시나 곧 가게문을 닫으신다며... 주인이 말해주었다. 비수기라 여기 말고 이 주위 전부 5시쯤 문을 닫는다고 한다.
운전 트라우마로 다음날은 운전 없이 걷기로 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 산책을 나갔다. 11월의 제주답게 바람 싸대기를 맞았다. 광치기 해변의 물 빠진 모습은 처음이다. 드러낸 돌 지질층이 놀랍게 멋있었다. 오전에만 볼 수 있다는 것도 이제 알았다. 이곳에서 말 타는 사람도 있었고 싸우는 커플도 있었다. 날씨에 굴하지 않고 젊음을 뽑내는 짧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해서 사진도 찍어줬다. 사진 찍어주면서 안 춥냐고 그러다 감기 걸린다고 한마디 건넸지만 아이들은 괜찮다 했지만 니들 얼굴이 파란색이야... 아침부터 다양성 넘치는 광경에 정신이 몽롱했다.
올레길 2코스를 밑에 지도만큼 한 바퀴만 돌았다. 걸으며 나는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면서 무서워하고 혼자 여행을 하면 밥을 제시간에 못 먹는가 고민을 했다. 걸으면서 무섭고 배고팠기 때문. 앞으론 꼭 제 시각에 밥을 챙겨 먹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되자고 지금은 좀 참자 라며 다시 걸었다.
길마다 다르게 보이는 성산일출봉의 풍경이 신기했다. 당근밭에서도 갈대에서도 바다에서도 이 동네는 어디서든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대단한 관종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을 걸으며 오조리에 작은 기념품샵도 만나 귤 모양 향초도 샀다. 어딜 가던 내껀 안 사도 동생 기념품을 사는데 안 사주면 서운해하고 사주면 엄청 좋아하면서 방치하는 동생때문. 그래도 사주는 편이 더 나으니까 오다 주웠다! 조개로 담을 꾸며놓은 집도 있었고 해녀 할머니들이 일하는 모습도 보았다. 할아버지는 일을 안 하더라고. 다양한 모습의 성산을 보여준 올레길 2코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