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다쥐르 여행 - 니스의 낮
이탈리아와 젤라토에게 작별을 고하고 국경 넘어 프랑스 니스로 넘어왔다. 5박 6일 일정으로 이사벨라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인데 센스가 남다르시다. 집을 꾸며놓은 스타일이 너무나 나의 취향이었다.
이사벨라는 하루 전 열쇠는 케밥집에 맡겨뒀으니 받아오라 라는 미션을 남겼다. 이래저래 케밥집에 잘 도착해 열쇠를 부탁하니 메시지를 보여달란다. 그런 뒤 집을 안내받았고 안에는 호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벨라고 50대의 프랑스 아주머니였다. 딸과 손녀와 남자 친구가 있는 멋진 이사벨라 아주머니!
유창한 영어로 집을 안내해주셨다. 일이 있어 가야 한다고 사과하시더니 책상에서 책자와 지도를 찾아 니스의 맛집, 현지인 펍, 근처 갈만한 곳, 기차 시간, 트램 타는 곳, 티켓 사는 방법, 한인 마트 등등등 여행정보를 알려주셨다. 니스 여행의 추억은 대게 이사벨라의 덕분이었다.
첫날은 5시간의 역주행 기차 이동으로 쉬고 다음날 니스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탈리아만큼 화창하고 뜨거운 햇살에 기분이 좋아졌다. 걸을만한 거리라 천천히 동네를 둘러봤다. 구시가지의 시장도 구경하고 메세나 광장도 걷고 분수대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니스의 바다를 만났다.
파랗다 파랗다 파란색 미친 파란색!
바다 덕후는 새 파란색에 감동했고 카메라에 욕을 퍼부었다. 왜 못 담냐면서. 바다색 이리 예쁜데 왜 그러냐고 괜스레 물체에 화를 내본다.
온갖 종류의 파란색은 저기다 다 부어 놓았다.
뜨거운 햇살과 다르게 바닷물은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다.
바다에서 보이는 도시의 모습도 좋았다.
울퉁불퉁한 자갈밭에 앉으면 엉덩이가 저리던데 누워 있는 사람들은 안 아픈 비법이 있는 건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나도 너무 눕고 싶었다. 오늘따라 까만 바지에 까만 재킷인데 앉으면 하얀 가루가 묻어나 거슬렸다. 그래도 눞고 싶었다. 안 저리게 자갈해변에서 자는 비법을 터득하고 싶었다.
흰 가루를 묻히고 누웠다. 등이 배기다가도 편안해지는 돌멩이 부위가 있어 금세 안착했다.
파도소리와 햇살의 고요함만이 느껴진다.
살이 타는 소리도 들린다.
순간 아늑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상태에 도달했다. 이것이 무중력 상태인가!? 하는 찰나 (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안 아프게 자갈해변에서 자는 비법은 없었다. 자갈밭에서 자면 몸이 저리다.
프랑스에 오기 전 이탈리아 일행들이 니스가 별로고 다녀온 사람들도 다 별로라 했으니 기대하지 말라는 말에 약간 의기소침했었다. 다행히도 나의 니스는 너무 좋았다.
별로라는 말이 신경이 쓰였는지 그에 반증하듯 니스가 굉장히 좋다고 왜 별로인지를 묻는 나를 발견했다. 그냥 그들이 안 좋고 나는 나대로 좋은 건데 굳이 좋아요 공감을 얻을 필요는 없는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신경 쓰고 소심해진 내 모습에 상처를 받았다.
나만의 여행이니까 남의 후기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자!
해변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도 아름답지만 니스 전망대에서 파노라마로 본 풍경은 표현할 방법이 없다. 반나절 동안이나 이곳에 있었다.
이사벨라가 전망대 위에 있는 공원도 아름다우니 꼭 가보라 하여 샤토 공원도 들렀다. 안 갔으면 어쩔뻔했어. 공원 뒤로 보이는 빼곡한 집과 작은 배. 바다도 좋아하지만 바닷가에 끼어있는 집들도 너무 좋다. 말년에 삶을 마무리하는 노인처럼 바다만 바라 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