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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톢이 Mar 20. 2022

튤립을 키우자

우리 집이 네덜란드다

 작년 11월 깐 마늘을 심었다. 진짜 깐 마늘 심은 게 아니라 튤립 구근을 심었다. 원래라면 10월부터 심는데 코로나로 배가 안 떠서 10월에 산 구근이 한 달 지나서 왔다.

 튤립에 곰팡이있어 소독해서 심으라던데  가득 덮으면 괜찮아서 양파 같은 껍데기만 가서 오밀조밀 심었다. 튤립은 양파 같은 까도 까도 까지는 씨앗이다. 씨앗에 영양분이 많은 상태라 과습에 하고 물을 많이 먹는다(????) 그냥  많이 주고 네덜란드처럼 폭풍 바람 쐬줘서 과습 방지하라는 이야기. 물을 한번 줄 때 가득 주고 찬바람 환기하고 가끔 자라는지 모르겠지만 영양제한 번씩 줘야 한다. 화분은 토분 말고 수분 유지가 되는 플라스틱 화분이 좋고 깊은 화분에 좋다. 재작년엔 튤립 잘못 심어서  망쳐가지고 이번엔 공부를 단단히 했다. 심은  물을 주고 춥게 베란다 구석에 두었다. 튤립은 추워야 꽃눈이 생겨 이미 저온처리된 구근판매하지만 키울 때도 서늘하게 키워야 꽃이 건강하게 나온다.

 1월까진 쟤가 자라는 건가? 의심이 든다. 추운 날에 새싹 올라오는 게 신기하기도 한데 또 너무 느려서 과연 저게 꽃이 필까 했다.

 그리고 1월이 지나 2월이 오면서 나무들이 새순으로 봄을 알리듯 튤립이 이른 봄을 알렸다. 더딘 성장이 갑자기 빨라진다. 잎이  올라오더니 꽃이 갑자기 폈다. 캔디 프린스라는 튤립이다. 줄기 나기 전에 꽃이 튀어나와 짧뚱 튤립이겠다 했는데 갑자기 키가  컸다. 개화  날이 추워지면서 보라 튤립을 한 달을 내내 감상했다. 3월은 춥다 해도 해가 뜨거워서 8~9일이면 꽃이 지는데 이때 운이 좋았다.

그 뒤를 이은 튤립은 아프리콧 임프레션 튤립. 꽃 대가리(?)가 상당히 큰 튤립이다. 핑크, 코랄이 섞인 오묘한 머리 큰 튤립.

 그리고 3월 초 이상기온으로 따뜻해서 튤립 10개가 한 번에 개화했다. 빨갛고 노란 애는 월드 페이버릿, 노랑이는 빅스마일이다. 저 밑에 노랑주황이는 블러싱 아페도른.

 얘는 아펠도른. 쾌적한 회사생활을 위해 튤립을 캐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화한 핑크 튤립 멘톤이다. 튤립 생김새도 모르고 장바구니  담아서 개화하고도 내가 이것들을 샀었나? 어리둥절했다. 기나긴 지루한 겨울을 버티고 꽃을  튤립들. 장하다.

 인간은( 상사들) 자기 밥그릇만 챙기고 남은 사람들 똥이나 먹이는데 튤립은 노력한 만큼 피워준다. 인간은 시끄러운데 꽃은 조용히 곁에 있다. 인간은 못생겼는데 튤립은 예쁘다. 립 장하다!

튤립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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