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에선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및 안산시민 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지식향연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3년 전에 정재승 박사님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강연에 참석했는데 바로바로 그 강연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하는 김초엽작가 강연이다! 캬오!!!
김초엽 작가님의 주제는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제목만으로도 감이 안 잡히는 강연이지만 김초엽 작가님이니까 무조건 참석. 작가님은 젊작(젊은 작가)에 흔치 않은 한국에 빛과 소금 같은 SF 소설 작가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에 온실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고 두 소설 전부 유토피아에 관한 소설이다. 강연도 SF유토피아 소설 작품을 설명하며 본인 작품에 나타낸 유토피아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를 했다. 모르는 분야였지만 작가님의 열정과 몰입도 있는 강연으로 완벽은 아니지만 대략은 알듯 말듯 하다. 간략하게 강연을 아래 정리해보았다.
토머스 모어 - 유토피아 용어 만든 사람
H.G.웰스가 있는데 투명인간과 타이머신의 시초를 만든 사람이다.
이때 이후로 대부분 SF 유토피아 소설은 이세계물로 플롯이 흘러간다. 예를 들면 어느 날 눈을 떴는데 다른 이 세계에서 지내는 상황인데 그 이 세계가 유토피아임.
유토피아와 반대인 SF 디스토피아 물로 가장 잘 알려진 건 프랑켄슈타인. 이 이후 인간이 기술이 너무 발달하여 마주치는 디스토피아 작품이 많아졌다 함.
예)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사실상 SF 유토피아 소설은 디스토피아와 하나의 맥락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음. 본인 소설도 유토피아인데 디스토피아라고 이해하는 독자가 더 많다고 함. 유토피아 이야기 중 완전한 유토피아 배경이나 삶을 그려낸 작품은 드물며 허점이 있다고 함. 대부분은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가 많음. 그 대표작이 스타트랙. 그 외에도 페미 유토피아, 유토피아 실천 공동체, 공산주의 유토피아 등이 있다. 그리고 작가마다 이상적인 유토피아 다르기 때문에 작가의 신념과 시대에 치열했던 사상과 쟁점이 드러나게 되어있음.
SF 유토피아 작품 설명 이후 본인의 책을 예로 본인이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유토피아를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단편 중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예로 들어주셨다.
릴리 다우드나는 얼굴의 큰 흉터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으며 '완벽한 아이들'을 만들어 더 이상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돈을 벌다가 갑자기 온라인으로 자신의 작업 방식을 알려준 것은 이 때문이었다.
올리브의 서술에 따르면, 릴리가 40세쯤 되었을 때에 자식을 갖고 싶었다고 한다. 그녀가 배양을 시작하던 중 결함을 발견하게 되고는 서슴없이 폐기하려고 했을 때, 릴리는 깨달음을 얻었다.
완벽해서 차별이 없는 세상보다, 불완전해서 서로를 의지하는 세상이 더 낫지 않을까?
결함이 있어서 사라져야 하는 세상은 옳지 못한 세상이라고 생각한 릴리 다우드나는 자신의 기술들을 모두 쏟아부었고 '마을'이라는 장소를 만들어 결함이 있는 아이들이 태어나게 했다. 실제로 릴리의 바람대로 마을 사람들 간에 차별은 없었으니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봐도 괜찮을 듯하다.
시초지로 갔다가 돌아오는 순례라는 의식은, 올리브가 릴리를 찾아 떠났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 남게 된다. 제목과 동일하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바로 지구에서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데이지가 편지에 서술한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마을의 사람들끼리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올리브 역시 다시 마을에 돌아오는 일은 없었고 같이 결함이 있던 델피와 함께 양극화, 분리주의에 대한 저항을 하다가 삶을 끝냈다. 이렇게 데이지도 자신의 친구 소피에게만 편지를 남긴 채 올리브의 흔적을 따라 순례를 하려고 한다. 편지가 끝나면서 이야기도 끝나게 된다.
- 줄거리 나무위키 퍼옴
순례자 이야기의 유토피아는 차별 없는 공동체이다. 유토피아에 배경을 탄탄히 하지 못했고 쓰면쓸수록 결점이 생겨났고 유토피아임에도 소설 주인공들이 행복엔 도달하지 못한 유토피아 소설이다. 하지만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한 싸워나가는 유토피아 소설이다. 인간은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싸우지만 가끔 왜 싸우나 고민도 하게 되고 고민 끝에 세상과 맞서는 사람, 그냥 지켜보는 사람, 신경 안 쓰는 사람 다양하게 나뉘게 된다. 소설 내용처럼 한 번이라도 차별 없음 혹은 이상적인 삶을 경험해본 사람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그러한 좋은 경험이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동기가 된다고 작가님은 생각한다고 했다. 지구 끝의 온실의 유토피아도 차별 없는 공동체이다. 크립 캠프(1970년대 미국 장애인공동체 영화)가 모티브가 되었는데 히피문화 시절 장애인공동체는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자립해 나아간다. 그 공동체도 책 속 공동체처럼 해산되지만 그때 자립했던 경험으로 장애인은 차별하는 사회에 시위를 하며 잘못되었음을 알리며 진보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한다. 책 내용에서도 디스토피아에서 유토피아로 가는 여정에 여러 공동체들이 만들어졌지만 결국엔 다 무너지게 설정했다. 하지만 크립 캠프 사람들처럼 마을공동체에서 삶의 경험으로 책 속 모스바나가 미친 듯 퍼지듯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나아감을 그려내었고 결국 디스토피아를 벗어난 22세기를 맞이하는 유토피아적 소설로 마무리된다.
이밖에도 추천 책이 많아 꼭 읽어보겠다는 결심을 하며 숙제가 생긴 기분이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과 사인회가 진행되었다. 이렇게 젊은이가 많이 온 강연은 오랜만이었다. 작가님이 소설로 보여준 유토피아에 울림이 강연에 주로 참석한 20-30대에게 와닿았나 보다. 너무나 알찬 SF덕후같은 강연으로 나는 더 팬이 되었다:D
나도 혼자 잘 살고 싶었다. 인간이 주는 실망과 상처가 쌓여갔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반대로 인간이 주는 위로와 감동도 있었다. 주위에 세월호 참사 이후 인권과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싸웠던 친구들이 있다. 환경을 위해 오래전부터 지렁이를 키우고 제로 웨이스트 삶을 사는 친구들도 있다. 길 위에 인간이 중심이 아닌 함께 공존하는 삶을 주장하며 개 고양이를 돌볼 줄 아는 친구들도 있다. 좋은 사람과 좋은 경험이 결국은 내가 바라는 이상적 삶(유토피아)으로 데려간다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나만의 유토피아를 상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