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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어공 Mar 27. 2023

행정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야 한다

공공서비스와 협치

앞에서 정책사업의 공공성, 특히 수혜대상의 범위를 기준으로 민관협치 적합성을 검토해 보았다. 이번에는 문제적으로 한 번 접근해 보자. 과연 민관협치는 어떤 사회문제에 접근해야 할까?     

 

역시나 기준은 하나,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행정조직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야 한다. 기존 행정조직의 시스템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민관협치로 접근할 필요는 줄어든다. 행정조직에서 잘하기 어려운 문제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다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다양한 관계, 정책의 사각지대, 섬세한 운영이다. 첫 번째 다양한 관계이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문제 중에 유독 이해관계자가 많이 얽혀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각각의 이해관계자 관점에서 문제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특히 행정조직의 경우 모든 이해관계자가 시민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누구 편을 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행정조직에서는 적극적으로 해당 문제에 뛰어들기가 조심스러워진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도심 주거지 주변에 간혹 유흥업소 골목이 있는 경우가 있다. 과거 작았던 도시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밀집 유해시설과 주거지역이 본의 아니게 가깝게 되는 사례이다. 최근에는 다양한 정책으로 많이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이런 문제의 경우 정책으로 접근하기가 꽤 어렵다. 주거지역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 생활공간의 질적인 측면 등 다양한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하지만 건축물 소유자 입장에서는 건축물 임대 관점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또 하나 유해업소 운영자와 종사자의 입장도 나름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관계가 얽혀 있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경우 행정조직의 자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역 주민과 다양한 민간파트너가 협력하여 해결을 모색하는 판을 만드는 것이 주요한 부분이고, 그것으로부터 문제해결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책의 사각지대이다. 아무리 열심히 지방정부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여도 정책의 사각지대는 발생한다.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자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는 더 시급한 문제, 더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를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책의 사각지대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삶의 여건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민관협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원을 늘리는 것이다. 인적 자원, 지식 자원 등 사회적 자원을 확장함으로써 행정영역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실제로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지역의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을 지역주민과 민간파트너의 활동으로 공론화하여 정책화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섬세한 운영이다. 앞서 정책의 공공성 측면에서 직접재의 경우 더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와 일맥상통한다. 어떤 정책사업의 경우 그 취지와 목적, 기대효과도 너무 좋지만 섬세한 운영이 뒤따르지 않아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기본적으로 행정조직의 운영 시스템은 섬세한 운영을 실행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순환보직으로 2년마다 담당자가 바뀌기도 하고, 업무 수행 방식 자체도 현장밀착형으로 진행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섬세하고 친절한 운영이 가능한 민간파트너와 협력하는 것이 유효하다. 예시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 고령층과 월세가 부담되는 청년층이 함께 사는 홈 셰어링 프로그램이 있다. 집은 보유하고 있지만 혼자라서 외로운 고령층과 도시의 높은 월세가 부담되는 청년을 이어 주어 고령층의 외로움을 예방하고 청년층의 주거비를 절약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전 하숙집의 그림이 살짝 떠오른다. 이런 경우 그 목적과 기대효과가 매우 인상적이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끼리 섬세한 매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원래 사람이 한 집에 같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민관협치는 그냥 민과 관이 함께한다고 해서 마냥 좋지 않다. 민관협치는 단점이 분명하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을 진행할 때는 그에 걸맞은 확실한 보상,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관협치가 잘할 수 있는 분야와 특성에 집중하여 생각하고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어떤 빅데이터 전문가가 ‘그냥 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관련한 트렌드를 검토하고 진행하라는 것이다. 민관협치도 그냥 하지 말고 어떤 정책, 어떤 문제에 접근해야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해 검토하고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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