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날, "삿포로"로 돌아왔다

by 뜨레

삿포로의 한적한 저녁,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앉는 눈송이들이 가로등 빛에 비추어 번쩍이며, 도시는 점차 은빛 세계로 변모해 갔다. 나는 이 겨울의 마법 같은 풍경 속에서 조용히 걸었다. 나의 발걸음 소리만이 이 조용한 밤에 울려퍼졌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삿포로에서의 첫날 밤을 즐기고 있었다. 해외 생활이 길어져, 이제는 눈이 내리는 이 도시의 겨울이 그리웠다. 손에 든 작은 디지털 카메라로 가끔씩 눈 내리는 풍경을 담았다. 눈이 쌓인 나무들, 조용히 눈을 맞으며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가로등 아래 빛나는 눈송이들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어릴 적 자주 놀던 공원 근처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었던 그 시간들.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갔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공원 한 켠에서,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와 그의 부모를 보았다. 아이의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나의 마음에 와 닿았다. 멈춰 서서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순간, 갑자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한데 얽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방에서 작은 노트와 펜을 꺼내어,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눈이 내리는 삿포로의 밤, 잊고 있었던 추억들과 다시 마주한 순간의 소중함을. 이제 이 도시와 이 겨울이 주는 감정을 다시 한 번 가슴 깊이 새겨두기로 했다.


공원을 떠나며, 뒤돌아보지 않았다.알고 있었다. 이 밤, 이 눈, 이 순간들이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삿포로의 눈이 내리는 밤은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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