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지 않던 과거를 보고 느낀 감정
3년 만에 SNS에 접속했다.
비밀번호는 손가락 끝이 먼저 기억하고 있었지만, 화면이 열리자 내 머릿속은 멈췄다.
읽지 않은 메시지 몇 개가 상단에 표시되고, 그 아래로는 과거의 나와 누군가의 대화들이 실타래처럼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잊고 있었고, 어쩌면 일부러 잊으려 했던 시간들이 그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답하지 않은 메시지도 있었고, 답장해야지 하다가 놓쳐버린 것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줄 알았던 말들이 고스란히 보존된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도쿄는 늘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혹은 좋은 기억만 있는 줄 알았다.
하라주쿠의 좁은 골목길, 저녁 무렵 신주쿠역 근처에서 마셨던 자판기 커피의 따뜻함, 밤새도록 빛나던 빌딩의 유리창.
하지만 SNS의 화면을 통해 강제로 소환된 그 시절은 전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불쾌하고 불편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그건 아마도 ‘기억’이라는 것이 스스로 걸러낸 것들을 내가 다시 뒤집어본 탓이었을 것이다.
스크롤을 내리다 오래전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그 이름을 보고 잠시 손가락을 멈췄다.
지금 와서 다시 대화를 이어갈 이유도 없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그 사람은 내게 특별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어쩌면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나를 이미 차단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떠올리며 조용히 축복했다.
이제는 완전한 남이 되어버린 그 누군가를.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 있기를.
어떤 경로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괜찮으니 그가 무사히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기를.
나는 천천히 창을 닫았다.
알림도, 메시지도, 사람들의 계정도 모두 뒤로 미뤘다.
다시 잠을 청하러 방으로 돌아가기 전, 보이차를 우렸다.
짙은 갈색의 물빛이 잔 안에서 맴돌며 은은한 향을 퍼뜨렸다.
그 잔을 손에 들고 나는 생각했다.
지나간 과거 속에 나는 어쩌면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지도 모른다.
오늘 떠올린 불편한 감정들안에서 과거의 나를 혐오하는 현재의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또 불편한 감정을 느끼겠지.
언제쯤 나는 나를 사랑해줄수 있을까?
역시 SNS는 정신건강에 해로운것 같다며 애써 입가의 허무한 미소를 띄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