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즐겨 가지고 놀던
말하는 앵무새 인형이 고장 났나 봐요.
평소에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통에
어찌나 시끄러운지 정신이 없었는데,
잠잠하니 집안이 다 조용해지는 듯했습니다.
격 주로 놀러 오시는 아이 할아버지는
옛 외화 주인공 '맥가이버'이기도 하고
한 지붕 세 가족의 '순돌이 아빠'이기도 해서
못 고치시는 것이 없어요.
말 없는 앵무새를 가방에 주섬주섬 챙기시더니 가져가시고는,
다시 수다스러운 앵무새로 탈바꿈해 주셨어요.
"이 할아버지가 앵무새를 고쳐서, 빳데리를 넣으니까......."
"할아버지, 빳데리가 아니고 배터리예요!"
순간 더 이상 말씀을 못하시고 입을 다무신 아버님.
왜 제가 머쓱해지고 민망해지던지.
굳이 가르쳐주진 않았는데.
누가 아나운서 아들 아니랄까 봐.
맞아요. 빳데리가 아니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배터리.
사랑의 밧데리가 아니라 사랑의 배터리.
몰라서 못 쓰는 게 아니라
입에 붙지 않아 안 쓰게 되는 배터리.
건전지의 외래어 표기 배터리.
아예 영어 원어민처럼 굴리고 싶으면 '배러뤼'.
아들아, 너는 내 인생의 배터리란다.
할아버지께는 굳이 그러지 말자.
© camille_couvez,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