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떼먹기 귀찮다더라.
더워도 너무 덥다. 어떻게든 에어컨 켜는 날을 늦춰보려고 했는데 낮 기온이 35도 가까이 되고 종일 커다란 창에 햇살이 내리쬐어 데워진 집안 온도가 37도를 가리킨다.
더운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 화상 수업을 이어가다 말이 꼬이고 목이 따가워지니 벽걸이 에어컨에 계속 눈이 간다.
잠깐만 켤까?
한 번 켜면 다시 끄기는 힘들 걸 알면서도 이건 불가항력이라 이유를 들며 멀티탭에 플러그를 꽂았다. 오래된 에어컨에서 삐릭 소리가 난다.
리모컨을 어디에 뒀더라?
서랍 안쪽에서 찾아든 리모컨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잠깐만 켜는 거야, 잠깐만. 구형 에어컨이라 그냥 일단 세게 틀고 본다. 실내 온도가 떨어지면 끄리라. 정말 끄리라.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방안 온도가 뚝뚝 떨어져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이제 저건 못 끄는 거야. 리모컨은 안 보이는 거야.
화상 수업 화면에 비친 보송보송 해진 앞머리를 보니 일단 만족스럽다. 더울 땐 수업 중간에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는데 시원해지니 책상 아래 발도 꼼지락거려 본다.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
달력을 보니 초복까지 아직 한 달이나 남았다. 근데 벌써 이러니 어쩐담. 여름철 더위가 시작되면 어른들께서 "삼복엔 땡볕에 나대지 말고 가만있어라", "차가운 물 함부로 마시지 마라" 하셨던 기억이 난다.
동네 커다란 정자나무 아래 있던 보신탕집에 와글와글 손님이 모여들고 한바탕 먹고 마시고 나가다 쌈질을 할라치면 그 꼴을 보신 할머니께서 "저런 개새끼들이 개고기 먹고 개지랄하고 자빠졌네" 하고 구성지게 한 말씀하시던 것도 떠오른다. 가끔 내 입에서 튀어나오는 희한한 욕들은 아무래도 한 대 걸러 내려온 건가 보다.
땀이 뻘뻘 나는 무더운 여름날엔 팔뚝에 파리가 앉아서 쫓기도 귀찮은데, 딱 그 꼴을 말하는 속담이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더라'이다. 얼마나 덥고 늘어지면 밥 먹다 입술에 붙은 밥알도 떼기가 귀찮겠나.
사람 마음만큼 간사한 것도 없어서 조금 더 시원한 거, 조금 더 편한 거를 찾게 마련이다. 올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입술에 붙은 밥알은 떼먹으며 지내야 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