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것인지, 살 것인지.

부동산 앤솔러지 "어차피 우리집도 아니잖아"를 읽고

by 뚱이
어차피 우리집도아니잖아 (1).jpg


-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장강명, 정명섭, 정진영, 최유안 지음

-현대문학 펴냄


"그러나저러나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한 번도 내 집을 가져본 적 없는 나는 아직도 살 집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게 살(to live in) 집인지, 아니면 살(to buy) 집인지조차 모르겠다. - p.249 최유안 작가의 글 중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 소설을 쓰자고 뭉친 소설가들, "월급사실주의" 작가 중 장강명 작가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작가가 모여 이 시대 부동산 문제를 다룬 "부동산 앤솔러지" 소설집이다.



"정직하게 쓴 소설은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각각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그 소설을 쓴 작가의 글, 작가 노트가 함께 실려 있는데 본편의 이야기도 불편하지만 작가의 글은 더 불편하게 와 닿는다. 지독하게도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장강명 작가의 작가 노트에 있는 부분을 인용하자면 지금은 도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는, 에브리싱 랠리가 펼쳐지는, 유일하게 오르지 않는 평범한 사람의 노동 가치, K자형 양극화 등을 들여다 보면 어쩌면 나 역시도 먼훗날 이름 붙여질 (대공황 같은) 거대한 붕괴 속에 자리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답지 않으면' 외면한다. 가해자다움, 피해자다움 따위에 대한 말이다. 어쩌면 이상적인, 익숙한 관념 밖의 이야기는 거부하기 때문에 현실 그대로를 그린 이야기는 진짜 더럽게 불편하다.



다섯 명의 작가는 다섯 편의 이야기에 저마다의 경험을 투영해낸다.



-애완동물 사육불가 - 김의경


없이 살면서 동물까지 키우려는 이를 낮잡아보는 집주인

"애완동물 사육금지"가 표기된 임대차 계약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없이 사는 사람들 이야기.


마치 나 같아서, 불쌍하고, 눈에 밟혀서 돌보다가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 바엔 그만두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외면하다가

종내 다시 달려가고야 마는, 울음을 터뜨리고야 마는 그 마음이 애닲다.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 - 장강명


당신 잘못이 아녜요.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극한까지 몰리는 상황을 다룬 작품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당한 사람만 바보가 되는 상황에서

죽거나, 포기하거나, 망가져 버리는 각각의 모습들이 신파없이 그려진다.


억울한 상황에 튀어오르는 폭력성과 누구에게라도 복수하고픈 갈망

너무 이입해서 읽으면 속이 터질 것 같다.

위에도 인용한바 있지만 부동산 앤솔러지를 구상하고 작가들을 모은 장강명 작가의 노트가 특히 인상 깊었다.




-평수의 그림자 - 정명섭


살고 있는 집의 평수를 그림자로 알아보게 된 은행 대출계 직원 김대리

어느 날 갑자기 갖게 된 이 능력 때문에 사람을 보는 시선마저 달라지게 되는데, 이 작품은 겉보기 등급으로 사람을 나눠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으면서 찔리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물론 찔렸다는 그런 얘기다.


작품에 덧붙여진 정명섭 작가의 노트를 읽어보면 왜 이런 독특한 설정을 하게 됐는지도 알 수 있다.




-밀어내기 - 정진영


눈치 게임에서 실패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

무리를 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내집을 마련할지,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나 살 지.

집에 쓸 돈으로 조금 더 여유로운 생활을 할지, 딜레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전세 사기로 이어지면서 종내는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구렁텅이로 빠지고 만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p. 191


거듭 실패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무너진 사다리에 대한 작가의 신랄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베이트 볼 - 최유안


파도에 넘실 거리는 빨간 스커트와 빨간 입술이 계속 떠오르는 작품

바다를 떠나 뭍으로 들어왔는데 왜 정박할 곳이 없는지.

살 집을 구하는데, 사람들은 집으로 돈을 벌라고 산다.


누군가에게는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돈을 불리는 수단인 집.


이글의 시작을 열었던 문장을 쓴 최유안 작가 노트에 앞서 실린 작품이다.




난,

-집을 살 (to buy) 돈은 커녕

-먹고 살 (to live) 돈도 모자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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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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