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날, 나는 아주 진지했다.
새 노트를 사고, 다짐을 적고, 하루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며칠도 가지 않았다.
어느 날은 피곤했고,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결심은 늘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끝은 늘 조용히 무너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시도 속에서도
책을 읽을 때의 기분만은 계속 남았다.
짧게라도 읽은 날은 마음이 고요했고,
좋은 문장을 만난 날은 왠지 모르게 하루가 나아졌다.
그 감정이 나를 다시 책 앞으로 데려왔다.
계획보다, 목표보다, 그 기분의 잔상이 더 강했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말한다.
“습관은 기억이 아니라 감정이 만든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기억하는 것,
그게 진짜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해야지’라는 의지로 시작하지만,
결국 ‘좋아서’ 계속하게 된다.
나는 어느 날부터 책을 ‘루틴’으로 관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마음이 좋아지는 순간을 기억하기로 했다.
책을 덮은 뒤 느껴지는 잔잔한 여운,
커피 향과 함께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
그걸 떠올리면 다시 책을 펴고 싶어졌다.
그건 노력이라기보다, 기분의 기억이었다.
『달과 6펜스』를 읽을 때의 그 고독함,
『언어의 온도』를 읽을 때의 그 따뜻함,
그 감정들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때의 기분이 나의 습관을 만든 것이다.
좋은 문장은 결국 ‘감정의 흔적’으로 남는다.
책을 꾸준히 읽는다는 건
기억을 훈련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익숙하게 만드는 일이다.
기억은 잊히지만, 감정은 쌓인다.
그 감정이 하루를 다시 책으로 이끌고,
그 반복이 습관이 된다.
나는 이제 ‘얼마나 읽었는가’보다
‘읽고 난 후 마음이 어땠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기억보다 감정이 오래가고,
의지보다 감정이 사람을 움직인다.
책은 결국 마음의 기억 속에 남는 예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