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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의지는 사라져도 리듬은 남는다

독서는 처음이지?

by 에밀


 책을 읽겠다고 다짐한 날, 나는 스스로를 믿었다.

 ‘이번엔 진짜 꾸준히 읽을 거야.’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 다짐은 희미해졌다.

 퇴근 후엔 피곤했고, 주말엔 약속이 있었다.

 책은 다시 책장 한켠으로 밀려났다.

 그때마다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그런데 어느 날, 깨달았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리듬이었다.

 음악도 매번 절정으로 달리면 금방 지치듯,

 삶에도 박자와 쉼표가 필요했다.

 책을 읽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열심히’ 읽을 필요는 없었다.

 대신 ‘익숙하게’ 읽을 수 있는 리듬을 만들어야 했다.


 『꾸준함의 힘』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열정은 불꽃이지만, 꾸준함은 연기처럼 남는다.”고 말했다.

 그 말이 참 좋았다.

 책 읽는 마음이 꼭 그랬다.

 불꽃처럼 다짐했던 순간은 금방 사라졌지만,

 습관은 연기처럼 내 삶에 스며들었다.


 나는 작은 리듬을 만들었다.

 출근 전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세 줄 읽기,

 잠들기 전, 휴대폰 대신 책을 베개 옆에 두기.

 그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하루의 박자’였다.

 읽지 못한 날이 있어도 괜찮았다.

 박자가 흐트러졌을 뿐, 음악이 멈춘 건 아니니까.


 『에센셜리즘』의 저자 그렉 맥커운은 말했다.

 “중요한 건 모든 걸 다 하는 게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일이다.”

 나는 책을 완벽하게 읽으려 하기보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를 남기기로 했다.

 그게 리듬의 시작이었다.


 이제는 ‘매일’보다 ‘다시’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매일 읽는 사람보다, 다시 읽는 사람이 더 오래 간다.

 습관은 강한 의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습관은 작은 성공이 반복될 때 생긴다.

 책 한 장을 넘겼다는 만족,

 좋은 문장을 만났다는 기쁨.

 그 감정들이 모여 리듬이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아, 나 요즘 꾸준히 읽고 있네.’

 그건 의지로 만든 게 아니다.

 몸이 기억하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의지는 사라져도, 리듬은 남는다.

 그리고 그 리듬이 바로, 당신이 책과 맺은 관계의 숨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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