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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왜 읽을수록 더 어려워질까

독서는 처음이지?

by 에밀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온다.

 처음엔 가볍게 읽히던 문장이 갑자기 무거워지고,

 익숙했던 책장이 어느 날은 더디게 넘어간다.

 독서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왜 읽을수록 더 어렵지?”

 이 질문 앞에 멈춰 선다.


 나도 그랬다.

 처음엔 그저 재미있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느낌이었고,

 단어 하나에도 설렘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책의 깊이가 나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문장이 말을 아끼듯 조용해지고,

 생각해야만 이해되는 구절들이 늘어났다.

 그때 나는 한동안 책에서 도망가기도 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았다.

 어려워지는 건 잘못이 아니라 성장의 신호라는 걸.

 처음엔 단순히 내용을 따라가는 데 집중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생각하는 힘’이 함께 자라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의 그 유명한 문장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독서에서도 진짜 중요한 건

 책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그 글자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움직임이었다.


 책이 자꾸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안에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이지?”

 “이 상황에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내 삶과 어떤 연결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조용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

 책은 자연스럽게 무거워진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내가 독자를 넘어

 ‘생각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지점이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독서는 마음의 운동과 같다는 것을.

 처음엔 가볍지만,

 조금씩 무게가 늘어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무게가 생기는 데는 이유가 있다.

 마음의 근육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절대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독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다.

 당신의 마음이 한 단계 더 넓어졌다는,

 조용하고도 확실한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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