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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텀블벅 Jul 03. 2019

기묘하고 신비한 이야기를 화폭에, 일러스트레이터 도밍

"어휘나 문장에서 영감을 얻고, 그 언어가 지닌 뉘앙스를 그리는 일"


‘어떤 의미나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삽화, 사진, 도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의 정의를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내리고 있습니다. 그간 ‘순수회화는 아닌 그림들’처럼 애매하게 알고도 흔히 써온 말이라 의미를 생각한 것은 처음이었지요. 계기는 도밍 작가의 그림이었습니다. 신비로운 분위기로 눈길을 끌어 스테인드글라스가 연상되기도 하고, 동화 속 판타지를 표현한 삽화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건 우울한 회화 작품 같기도 한데 일러스트레이션 뜻이 대체 뭐였지? 하고요. 작가 자신은 단어의 어원 ‘이야기하다’ 혹은 ‘(빛을 통해 맺힌 사물의 이미지를) 현상해내다’를 빌어 이 장르를 ‘시각언어로 기능하는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펀딩 성공 후 7월 출간을 앞두고 있는 <도밍의 세계동화 컬러링북(생각뿔 출판사)> 속 그림들.


여기까지 들었을 때 벌써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도밍 작가의 작품들은 스윽 보아도 그림이 말한다는 게 뭔지 알 수 있었거든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선과 색에 담긴 게 틀림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요. 작가가 하려던 이야기와 우리가 받아들인 게 일치하는지, 어떤 영감을 받아야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도 함께요. 


그림 그리며 사는 일에 대한 조금 긴 이야기를 듣고 싶어 도밍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작가님 그림을 보면 어스름하게 빛이 드는 창가에서 작은 조명 하나 켜두고 무언가 그리는 모습이 떠올라요. 그림 작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여전히 대부분 수작업입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구현하는 데는 다른 도구를 쓰는 것보다 손으로 하는 게 더 직관적이더라고요. 의뢰받은 작업은 수정 과정이 필요하므로 베이스는 수작업, 채색은 디지털로 작업하거나 수작업을 레이어 나누어 얹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재료는 주로 수채물감, 잉크펜, 색연필을 사용해요.


한 작품 완성하는 데 어느 정도의 기간을 잡는지요?

작업마다 많이 달라요. 크기의 차이도 있지만 밀도의 차이도 있지요. 밀도 높게 표현하고자 하는 게 있거나 물기 많은 스타일로 그릴 때는 말리고 올리고를 반복해야 해서 확실히 오래 걸립니다. 스케치가 나오고 나면 평균 2,3일 정도 소요되는데요, 사실 관건은 아이디어와 스케치 단계예요. 그게 빨리 안 나오면 한 달도 걸리고, 빠르면 하루 만에도 가능합니다. 정말 막혔다 싶으면 그 작업을 멈추고 아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거나 세금 계산처럼 해야 될 일을 하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놀면서 손을 떼는 시간을 가져요.


요즘 광고나 이모티콘에서 보는 일러스트레이션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클래식한 화풍인데요, 독특한 그림체는 언제, 어떻게 갖게 되신 건가요? 

그림은 어릴 때부터 계속 그려왔고 미술 입시도 빨리 시작한 편입니다. 기억하기로는 중학생 때부터 장식과 묘사가 많고 클래식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림풍이 잡혔을 때도 그 분위기가 유지되었죠. 그리고 그리는 일이 직업이 된 뒤에도 이 그림체를 밀고 오게 된 것은 이미지 자체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그림을 쓰는 데 적합했기 때문이에요. 이야기 소재가 있되 현실을 날것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동화나 우화 형식을 빌어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몽환적인 분위기와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을 지켜오게 됐습니다. 


직접적인 메시지가 담긴 사회적 이슈를 그릴 수도 있을까요?

아주 정확한 표현을 하면 보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것도 고정되잖아요. 저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바운더리 안팎까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두루뭉술한 메시지를 의도합니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는 알겠고,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감정만 얻으셔도 괜찮아요. 어차피 사과가 아니라 빨간 과일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에요. 전설, 신화, 우화를 보면 세상사를 비유한 상징이 많이 등장하고, 저는 이를 통해 시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이 좋았습니다.


요즘은 어떤 것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시나요? 영감을 주는 작가나 작품이 있나요? 

오늘 인터뷰 장소로 오는 길에 느낀 날씨, 스치듯 본 사람의 머리색에서도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런 것을 보면 저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할 수 있겠지요. 주로 어디서 받는지 생각해보자면… 우선 누군가의 작품이나 콘텐츠에서 영향을 받는 경우는 드물어요. 특정 관념이나 개념을 뜻하는 어휘나 문장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언어에서 영감을 받는다는 것을 설명하기 조금 어렵지만, 특정 단어나 문장을 그려내고 싶다면 그것이 가진 어감을 그림의 결과 온도로 녹여내는 과정이에요.

예를 들어 최근에는 ‘창궐’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데, 그 단어가 가진 어감이 있어요. 그저 ‘퍼진다’는 설명으로는 부족한 그 뉘앙스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에 적합한 소재는 뭐가 있지?’ 하는 식으로 접근해 나갑니다. 그래서 반대로 그림이 언어로도 기능하기를 바라요.


도밍 작가가 7월 17일까지 진행 중인 <기묘한 인어화집> 프로젝트 속 그림들.


작품을 보면 파란색이 유독 눈에 띄어요. 스튜디오 플래버스와 콜라보하여 바다색 잉크를 만들기도 하셨고요. 일반적으로 파랑은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도밍 작가님 작품에서는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제 그림을 따뜻하게 느끼셨다는 표현을 마주할 때, 따뜻한 정서보다는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이야기 하려고 했던 건데 내가 슬픔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걸까 하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감상을 이야기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도 생각을 다듬고 분명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상처를 주려는 그림이 아니라서’로 이해했어요. “위로라고 느꼈기 때문에 따뜻하다고 표현했어요”라는 말씀해준 분이 계셨거든요. 제 마음을 알아주셔서 감사하면서도 ‘따뜻하다는 표현을 표면적으로만 해석했구나’ 싶어 제 얄팍한 생각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슬픈 작품을 선보이더라도 피로감을 주거나 아프게 하기보다는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다소 어둡고 우울한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보는 이를 상처 입히려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에 공명하고 마음을 알아채기 위해 자리하는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점을 따뜻하다고 느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거예요. 

두 번째는 촉감에 관한 생각입니다. 파란색이 차가운 계열의 대표이기는 하지만, 촉감적 온도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같은 푸른색 패브릭이더라도 얇고 반질반질하면 냉한 재질로 느껴지는데 부들부들 도톰한 벨벳이라고 생각하면 따뜻한 감촉이라고 여겨지잖아요. 컬러가 여러 겹 두텁게 올려진 재질감의 그림이라 벨벳 같은 파랑에서 따뜻함을 찾아내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좌)작가가 직접 제작한 이상한 작약 뱃지, (우)스튜디오 플래버스과 협업한 관념의 바다 잉크


특정 컬러로 기억되는 작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어릴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파란색이기는 했어요. 장식 많은 화풍을 좋아하고 유지한 것처럼, 제가 한 우물 파는 스타일인가 봐요. 그런데 ‘파랑’이라는 색이 제 작업을 대표하게 된 것은 아닌지 고민이 깊어진 게 사실이에요. 파랑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거든요.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물감의 색이나 컬러 배합이 주는 인상이 더 강했던 걸까, 색을 아예 빼고 그려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색이 주는 감정들과 온도가 분명히 있지만, 그런 부분이 한 가지 컬러로 고착되지는 않았으면 해요.

파란색을 많이 쓰는 그림을 그린 것은 최근 1,2년의 일인데요, 좀 더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한 시점부터 파란 계열을 많이 썼고 컬러라는 게 각인이 빨리 되기 때문에 이런 고민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컬러로 스스로를 마케팅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특정 색감 위주로 작업하기보다는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색조를 바꿔나가고 싶어요. 어떤 색감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안이해지거나 그 안에 정체되지 않도록 하려고 합니다. 물론 지금도 제가 가장 사랑하는 색이 파랑임은 변함이 없지만요. (웃음) 


어릴 적 취미에서 시각 디자인이라는 전공까지, 쭉 그리는 삶을 살아온 가운데 ‘일러스트레이터가 내 직업이다’라고 여기게 된 전환점이 있었나요? 

특별히 전환점이라고 생각되는 시점은 없습니다.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 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를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정의하는 이유가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기 때문은 아니라서요. 일러스트레이션의 어원을 파고들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시각언어로 기능하는 그림을 일러스트레이션이라고 하고, 그 메시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일러스트레이터의 핵심이라서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세계관이 있고 그것을 그림으로 구현하는 것이라서 개인 작업도 일러스트라고 부르고, 그 틀 안에서 외주 작업도 하고 있어서 크게 구분하고 있진 않습니다. 


개인 작업과 외주 작업에 할애하는 시간은 각각 어느 정도인가요? 또, 선호하는 분야가 있는지요?

외주 작업은 성수기가 딱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의뢰받은 일을 몰아서 하고, 그렇지 않을 때 제 작업을 몰아서 합니다. 보통 1년을 주기로 봤을 때 제 작업이 더 많고, 외주가 더 적었는데 올해는 거의 5:5 정도로 작업 의뢰가 많았어요.

이것만 하겠다는 것은 없습니다. 글과 어우러지는 그림을 많이 해오다 보니 책 작업이 주로 들어오고, 앨범 재킷이나 제품, 패키지에 들어가는 일러스트 등을 골고루 맡고 있어요. 저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의뢰하신 것인데도 의외로 여러 의견을 수렴하며 결과물을 내다 보면 폰 테마처럼 귀여운 느낌이 필요할 때는 제 그림인지 아무도 못 알아볼 정도로 부드럽고 밝은 톤의 그림이 나오기도 한답니다. 


텀블벅… 달인이시죠? (:D) 직접 진행하신 프로젝트는 세 번째, 협업 포함하면 다섯 번째입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처음 알게 된 건 SNS에서 다른 작가님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알게 됐어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해서인지 예전부터 콘텐츠 시장이 어떻게 개척되고 흘러가는지 관심이 많았거든요. 늘 새로운 흐름을 놓치지 않고 경험하고 싶어요. 크라우드펀딩이 문화예술 장르와 만난 것도 시대 흐름에 발맞춰 나타난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서는 해보기 힘들었던 시도가 자본과 만날 수 있게 된 거죠. 지지한다면 뛰어들어줄 사람들의 힘이 모여서 다양한 시도들이 생명력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해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되게 재밌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세상에 확 쏟아져 나왔잖아요. 선보일 자리가 생겼으니 그저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라도 던져볼 수 있게 됐고요.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 시각화되어 세상에 보여지고, 설령 펀딩에 실패하더라도 그 시도는 우리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시장에서 주목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 가치의 다양화를 이루는 일이고 큰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후원도 많이 하시나요? 

지금 입은 셔츠도 후원해서 받은 거예요. 저는 텀블벅을 재밌는 소식지 받아 보듯이 들여다봐요. ‘계절마다 당신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겠다’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너무 신기해서 후원했어요. 그 계절에 어울리는 향수를 뿌려서 편지를 보내주는 거예요. 기성 마켓에서 나오거나 팔리기 힘든 시도인데 감성이나 정서를 체험해보라는 제안도 시장에 나올 수 있구나 했죠. 그런 면이 창작자 입장에서 공부도 많이 돼요.  

후원도 하고, 창작도 하다 보니 텀블벅 플랫폼 자체에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SNS를 꽤 오래해서 팔로워 분들이 있지만 개인 판매를 하는 것과 많이 달랐거든요. 텀블벅 이용자 중에 저를 몰랐더라도 좋아해줄 취향의 분들이 많았던 것도 행운이었고요.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 것인가가 창작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높은 자유도와 크게 부담 되지 않는 수수료라는 장점도 있죠. 그럼에도 큐레이션 등 많은 프로젝트들 소개에 신경 써주는 면이 있어서 텀블벅에 내어놓는 것만으로도 유동인구 많은 지역에 보여주는 것처럼 힘이 큰 것 같아요. 


텀블벅과 안전가옥이 함께한 서브컬처&장르마켓 <최애전>에 셀러로도 참여하셨지요?

여러 마켓을 경험했어요. 규모가 큰 페어처럼 많은 작가들이 판매수익을 바라보고 참가하는 곳이 있는데 <최애전>은 솔직히 그런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열리는 것이라 마켓 자체의 인지도가 아직 없고 위치도 번화가 한복판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늘 특유의 결이 견고한 자리에 참여하고 싶은 갈망이 있었어요. 매력적인 공간에서, 텀블벅팀과 안전가옥이 직접 구상한 라인업과 콘텐츠라면 그것을 충족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으로 참여했습니다.  

행사 전후로 들었던 생각은 텀블벅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그치지 않고 좋은 시도를 보여준 창작자들과 함께 그 다음 단계의 뭔가를 해보려 하는구나였어요. 텀블벅을 주축으로 창작자 인프라가 생성되고, 마켓 같은 오프라인 콘텐츠가 생기면서 하나의 미디어가 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에요. 


(좌)지난 5월에 열린 장르마켓 <최애전> 준비 현장, (우)도밍 작가와 즈세 작가의 연합 부스 ©안전가옥


지금 열리고 있는 <그림은 뭐든 될 수 있어! 일러스트 기획전>을 비롯해 많은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 텀블벅 펀딩에 도전하고 있는데 팁이 있을까요?

성공 비결을 알고 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도 된 것처럼 말하긴 조심스러워요. 다만 먼저 경험하고 무산되지 않은 창작자로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면 기존의 방식으로 굿즈를 제작해 판매할 때와는 다른 전략이나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소개하면서 ‘어떤 정서를 경험하게 하고 충족감을 줄 것인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끝났다면 결이 어긋나지 않고 모든 것이 어우러지게 스토리텔링을 구성해야 하고요. 온라인 플랫폼이라 사진이나 이미지가 무척 중요할 텐데, 그 또한 스토리에 쓴 글과 온도를 맞추는 것이지요. 어렵기는 한데 판매하려는 의도보다 재밌어하며 만든 과정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기획을 계속 되돌아보며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묘한 인어화집> 다음 프로젝트도 구상 중이신가요? 

하반기에 선보일 스토리가 담긴 육공 다이어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 늘 등장하는, 세계관 기록자 ‘이오’가 까마귀, 검은 고양이와 함께 온갖 반짝거리는 것들을 주우러 다니는 이야기예요. 모티브나 소재는 귀엽지만 그림은 높은 밀도감에 블랙 앤 골드 컬러로 묵직한 분위기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기묘한 인어화집>을 마무리하고 다이어리 선보이는 시기에 맞추려면 엄청 열심히 달려야 할 것 같아요. 


텀블벅에서 작가님 작품을 후원한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창작자들의 시도가 빛을 볼 수 있게 미리 투자해주기로 마음 먹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직 미완성일 때 기획을 믿고 결제를 결심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텀블벅 펀딩을 한다는 것은 내 아이디어와 준비과정을 공개했을 때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라서 다음으로 나아갈 힘이 생겨요. 창작자로서 자존감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저의 시도를 믿고, 거기에 기꺼이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가로서 계속 해나갈 수 있겠다는 용기를 갖게 됐습니다.



도밍 작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것은 쉬워서 피하고 싶다. 뻔한 방법을 택하면 작품의 성장 없이 정체될 수 있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과연 저라면 눈앞에 투명하게 보이는 수월한 길보다 오래 정성 들여야 하는 길을 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요. 작가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앞으로도 켜켜이 쌓아갈 작품 세계가 기대되었고, 분명 견고할 것이라는 앞선 확신에 들뜨는 밤이었습니다.


도밍(도미솔), 일러스트레이터

분명히 느끼며 살아가지만 정확히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들, 그런 '정서적 현상'들을 그립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기록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도밍의 세계동화 컬러링북>, <기묘한 인어화집> 등이 있습니다.


취재∙편집 주소은, 여명 | 사진 원예빈, 안전가옥 | 작품 이미지 제공 도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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