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첫 연재/구독 기획전 <시리즈 오브 시리즈> 인터뷰(2)
<시리즈 오브 시리즈> 두 번째로 모시는 김서울님은 ‘유물'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이 확고한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는 1년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할애해 자신의 SNS에 우리가 몰랐거나 지나쳤던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의 글은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읽기 쉽고, 재미있다는 특징이 있어요. ‘절개미가 느껴진다' 혹은 ‘고풍스러운 멋이 있다' 등 교과서적인 표현은 과감히 버리고, 그 시대의 취향을 반영해 ‘귀엽다'나 ‘깜찍하다' 등 일상적인 언어로 재해석해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만의 표현 방식은 어떤 사료적 가치나 전통적인 표현에 의해 가려져 있던 ‘유물'만의 특징을 쉽고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인 것이지요.
자신의 첫 번째 책인 <유물즈>가 절판, 실제로 현대판 유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텀블벅 <시리즈 오브 시리즈>를 통해 두 번째 자신만의 ‘유물’ 이야기를 펼쳐 보기로 했습니다. 교과서 밖 문화유산을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소개하는 김서울님이 이번 기획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또 어떤 마음으로 참여를 결정했는지 궁금해 유물을 발굴하듯 속 깊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 박물관, 유물을 좋아하고, 그만큼 말도 많은 사람입니다. 4년째 트위터에서 1년 중 200일 정도 할애해 유물과 한국 욕과 사랑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하시는 프로젝트인 <뮤지엄 서울 : 한국 문화유산 큐레이팅>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타 플랫폼보다 빠른 정보 공유 및 확산이라는 트위터의 특성을 한껏 살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유물에 관한 이야기와 주제를 모아 6주 동안 소개할 계획입니다. 독자층이 가늠이 되지 않아 제 임의로 몇 가지 주제를 선택했어요.
실제 지류 보존처리와 박물관학을 전공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공으로 택할 정도로 유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요?
원래는 전통 회화를 전공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내내 그림 자체보다는 재료가 가진 성질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재료 사서 모으고 실험하고 보고서 쓰고 그러는 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더라고요. 결국 보존 과학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약 7년 정도 거의 매일 눈 뜨면 유물 사진을 보고 일주일에 3-4회는 박물관에 가게 되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유물과 박물관에 익숙해지고, 좋아하는 방법 말고는 별다른 생존 루트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박물학까지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조금은 머쓱한 이야기지만 현재 앞서 말한 두 전공 모두 그만 두었습니다.
그렇다면 <유물즈>에 대한 주변 교수님이나 유물 관련 전문가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우선 ‘김서울’은 본명이 아닌 필명이기 때문에 무슨 프로젝트 이름인지조차 모르실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한 교수님께만 <유물즈>를 출판한다고 말씀드리고, 한 부 보내 드렸어요. 책의 레퍼런스가 되는 수업 과제를 내주셨거든요. 받아 보신 교수님은 “딱 이 시기에만 쓸 수 있는 말이나 결이 있으니 잘 해봐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더러 제 책을 학부 수업 중 소개하는 교수님도 계신다는 풍문을 들었는데 이미 책이 절판 후에 전해 들어 아쉬웠네요.
소개하는 유물에 기준이 있나요?
좋아하게 되어서 얼른 누구에게 떠들고 싶어지는 것이라면 종류나 재질, 사이즈는 전부 상관없습니다.
아쉽게도 소개하고 싶었지만 여러 이유로 <유물즈>에 빠진 유물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이유도 알려 주세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중 도자기가 워낙 많고 타 박물관 전시 대여 등 여러 상황으로 포함되지 못한 것이 80개는 될 것 같아요. 나중에 찾아보고 아쉬웠어요.
<유물즈> 외에도 트위터에서 꾸준히 이야기해 온 것과 이번 연재에서 이야기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우선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주제를 정하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평소 제가 다작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제 글이 오직 저에게만 흥미로울 수도 있잖아요. 모두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떤 걸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6회 연재’는 제가 선호하는 것을 모두 담아내기엔 너무 적은 회차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이야기하는 결이나 포인트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걸로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글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트위터에 쓰지 않고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어요. 아무래도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한 호흡으로 글을 이어 가는 것과 트위터처럼 석불 좋아한다고 떠들다가 갑자기 불고기 먹고 아이스크림 사진 찍어 올리는 등 주제가 다른 내용을 마구잡이로 게시하는 것은 느낌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서요.
유물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은 역시 박물관이죠. 김서울님이 가장 좋아하는 박물관이 어딘지, 또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가장 좋아하는’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박물관이 있었는데, 지금은 고르기 어렵네요. 요새 박물관이랑 조금 데면데면하거든요. 그래도 아직까지 애정이 있으면서 ‘좋다!’ 싶은 박물관은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이에요. 그중 서울역사박물관 1층 로비 내부 벽면에 어이없고 강렬하게 붙어있는 벽재를 좋아하고, 내부 산책로와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글을 쓰면서 서울역사박물관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지는 걸 보니 가장 좋아하나 봅니다.
그밖에 두 박물관 모두 기획 전시 구성이 정말 재미있고 고집 있어요. 그래서 쭉 보다 보면 감동도, 눈물도, 사랑도 있습니다.
혹시 해외 유물이나 박물관에도 관심이 많으신가요?
박물관 공간 설립과 개념 자체가 서양에서 수입된 것이라 관심이 없을 수 없지요. 해외 박물관에 있는 한국 문화재를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편입니다.
<시리즈 오브 시리즈>는 텀블벅이 처음 시도하는 연재를 위한 펀딩 기획전으로, 해당 기획전이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셨나요? 참여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도 들려주세요.
최근 메일링 구독 서비스를 런칭한 작업자가 많아서 절대 안 될 이야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시리즈 오브 시리즈> 제안받았을 때는 ‘내 이야기를 누가 돈 주고 보려고 할까?’ 싶은 생각은 들었습니다.
만약 <시리즈 오브 시리즈>에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 팀이나 필자가 있으실까요?
제 욕심으로는 트위터의 재영책수선님의 책 수선과 책 이야기, 한국에서 가장 쇼스타코비치를 사랑하는 분이 아닐까 싶은 도자기님, 도시를 구성하는 아주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연구하시는 베르뱃님입니다.
김서울님의 현재 계획이나 이후 활동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유물즈> 꼬리표를 떼기 위해 만 2년간 분투 중입니다만, 쉽지 않네요. 박물관 교보재 개발, 기획, 구성도 하고 메시지로 주변 사람들 궁금증도 풀어주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내년엔 신간 출간을 목표로 답사를 다니고, 글도 쓰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소감을 들려주세요.
우선 이렇게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텀블벅에 감사드립니다. 뮤지엄 서울 펀딩에 참여하신 분들과 관심 가져 주신 분들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김민규(프로젝트 매니저), 김서울 | 사진. 김서울 | 정리. 권수현 (PR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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