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P 3기 비욘드 플라스틱 창작자 6인 인터뷰
플라스틱이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대 500년. 하지만, 우리가 플라스틱을 쓴 기간은 고작 70년 남짓이에요. 지구상 모두가 지금부터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500년이 필요합니다. 과연 지구는 우리에게 긴 시간을 기다려줄까요? CLAP에서는 플라스틱을 어떻게 덜 생산할지 창작자들과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소비 생활부터 제작 과정마다 얽혀 있는 난관에서 결국 해답을 찾아낸 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만나보세요.
플라스틱은 유리, 금속, 나무 가죽 등 고전 재료 대신 사용되면서 생활에 편리함은 더했지만, 반대로 지구에는 마이너스였습니다. 하지만 단번에 안 쓸 수는 없기에 더욱더 현명하게 활용하려고 해요.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나은 대체 소재로 고안된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Inort
일반적으로 코르크는 메모판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친환경적인 데다가 코르크 자체의 기능적인 부분이 많지만 부각되지 않은 듯해요. 이에 아쉬움을 느낀 Inort가 코르크를 활용해 무드등 화분을 제작합니다. 일상 속에서 익숙해져 잊힌 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브랜드 취지에도 딱 맞는 셈이죠.
무드 등 화분이다 보니 더 깔끔하게 빛의 확산을 선보이고, 독특하면서 깔끔한 패턴을 선보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후원자의 공간에 아기자기한 신선함을 제공하고, 삶 속에 자그마한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도록 말이지요.
CLAP 3기를 통해 다양한 재료의 가능성을 선보이고 싶었던 Inort는 코르크의 성능을 직접 한 번 겪어보고 애용해보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은 다육식물 사이즈지만, 앞으로 더 큰 사이즈 화분도 구상 중이라고 해요.
건락 스튜디오
한국의 1차 산업 부산물로 100% 생분해 소재 '본연'을 제작 중인 건락 스튜디오.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는 소량 제작 디자인을 선호하지만, 또 그만큼 쉽게 버려지고 다른 제품으로 대체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100% 자연 분해 소재를 개발하고자 한 것이지요.
세상에 없던 소재를 만들기 위해 농어촌을 방문해 부산물을 자체적으로 구입하고, 플레이트와 티 코스터를 생산하기 위해 금형과 몰드도 따로 제작해야 했지요. 그렇게 실패한 플레이트와 티 코스터가 무려 700개 넘는다는 건락 스튜디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시도한 끝에 100% 자연 분해되고, 분해 될 때도 유해 잔여 물질이 남지 않는 '본연'을 생산하게 되었답니다. 마지막으로 건락 스튜디오는 후원자들을 위해 '태양의 숲' 어플리케이션을 추천했어요. "'태양의 숲'은 가상 공간에서 원하는 식물을 하나 선택해 키울 수 있는 게임으로, 모두 힘을 합쳐 조성한 정원, 숲 하나가 기부될 때마다 '8호 태양의 숲' 조성 규모가 더 커진답니다."
선바람
요즘 n잡, 부캐가 유행이라죠? CLAP 3기에 참여한 선바람 창작자도 다양한 부캐의 삶을 넘나들고 있어요. 요가도, 마케팅도, 선바람도 무엇하나 놓칠 수 없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특히 이번에 선보이는 프로젝트는 착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죽 의류입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친환경 원단을 찾겠다고 동대문 종합 시장에서 아무 소득 없이 집에 돌아왔을 정도로 맨땅의 헤딩이었지만, 시야를 돌려 친환경 가죽 원단을 고려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만나게 된 친환경 원단 업체와의 계약 끝에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바람 창작자는 이미 그린피스에서 일하는 친구 덕에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를 일찍 깨닫게 되었다고 해요. "인도 오르빌 마을을 여행할 때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으로 일회용 대신 대나무 그릇이나 바나나잎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환경 보호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옷의 소재를 강조했습니다.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고, 친환경 공정을 거친 인조 가죽인 데다가 무독성이라 아이들 곁에 두어도 전혀 걱정이 없다고 해요. 환경도 지키고 내 몸도 지킬 수 있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손끋비
단순 플라스틱도 문제지만, 일회용 포장재는 더욱 심각합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해요. 그래서 일회용 포장지와 플라스틱 용기 대체품인 자연 포장지에 대한 대안을 연구 중인 손끋비 창작자가 국내 벌통에서 채취한 밀랍을 기반으로 한 오일을 면 원단에 적신 천연 랩을 제작 중입니다.
"우리나라의 비닐봉지 생산량이 2015년에 216억 개이며, 연간 사용량은 1인당 420개로 한 사람이 하루에 한 개 이상 사용합니다. 스페인은 120개, 독일은 70개이고, 핀란드는 4개에 지나지 않아요" 작년 한 해 동안 생산된 비닐은 37만 5천 톤, 그중 80% 고형폐기물 원료로 소각처리 되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대체품은 찾기 쉬워졌지만, 비닐 사용에 대안은 여전히 찾기 어렵죠.
일상 속 비닐을 한 장 덜어내기 위한 기분 좋은 불편함. 물론 비닐로 완전히 대체할 수 없지만 누군가에 감사한 마음을 꽃으로 전달할 때 꽃을 포장하는 방식을 지속가능한 포장으로 바꾼다면 포장에 대한 인식도 변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손끋비 창작자는 몰랐던 한국의 밀원식물들을 화훼 포장재에 담아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꿀벌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되도록 생물의 중요성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재사용, 재활용 할 수 있는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쏘왓
패션은 환경을 해치는 유해 산업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합성 섬유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가죽이나 면, 마 등 천연 소재 역시 원단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화학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요. 또 염색 과정에서는 수천 톤의 오염수가 버려지고 있고요. 또 '소'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힙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모른 척하고 계속 옷을 지을 수 있을까요?
이에 가방 디자이너 채연서와 소설희가 '쏘왓'이라는 패션 크루를 시작했습니다. 론칭 이래 지금까지 조금이라도 환경에 무해한 패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직접 환경에 대해 조사하고 뉴스레터를 발간하면서 패션이 할 수 있는 답을 찾고 있답니다.
"그러다 발견한 선인장 가죽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소재라 안성맞춤이었지요. 그러던 차에 CLAP 3기 모집 공고를 보고 운명처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선인장 가죽은 소가죽과 PVC를 대체하고도 위화감이 없어요. 게다가 컬러감이 뛰어나 많은 분들이 선호하고 있을 정도지요. 이들은 CLAP 3기 참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슬로우 패션을 알리고 싶다고 합니다. "패션 제품을 넘어 모든 제품을 선택할 때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꼼꼼하게 따지길 바라고, 그러다 보면 환경과 공생하는 패션 브랜드가 더 많아지겠죠? 그래서 슬로우 패션을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킨디고
'쪽빛 바다'나 '쪽빛 하늘'이라는 말에서 '쪽빛'을 보신 적이 있나요. 마음으로는 알지만, 두 눈으로 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쪽빛은 맑고 푸른색을 나타내는 우리 고유의 표현이자 쪽이라는 풀에서 얻을 수 있는 색을 뜻해요. 특히 쪽 염색은 염료를 발효 시켜 색을 내기 때문에 장인의 기술이 필요해 우리나라 무형 문화재 115호로 지정되기도 했지요.
아름답고 건강한 쪽빛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킨디고가 텀블벅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건강과 사람, 그리고 자연을 항상 생각하자'는 모토 아래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어요. "낭비 없는 지속 가능한 생산 과정을 추구하며, 대부분의 제품은 소량 생산 및 주문 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요. 또한, 유기농 농부와 협업해 농약 없이 쪽 농사를 짓고, 토종 수세미를 알리는 한편 업사이클링 제품도 함께 개발합니다."
제로웨이스트가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쉬움도 있어요. "단순히 소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산, 유통 과정 전부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 구입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가치와 진심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킨디고는 몸에 안전한 생막걸리, 조개 가루 등 자연 재료만으로 쪽 물을 숙성 발효해 느리지만 정직하게 만드는 발효 쪽 염색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천연 쪽 염색과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플라스틱이 생기지 않는 전통 소재 천연 수세미 펀딩으로 국내 농가와 협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어요"라며 이번 프로젝트의 참여 의지를 다졌습니다.
에디터_ 권수현 ㅣ 이미지_ Inort, 건락 스튜디오, 선바람, 손끋비, 쏘왓, 킨디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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