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종양 2기
<1>
두 꼿꼿한 고체가 맞붙는 일을 지켜보는 건 늘 즐겁다.
대부분은 이빨로 덜 딱딱한 얼음을 와그작와그작 씹어먹는 형국으로 끝이 나지만,
맞붙는 경도가 비슷할수록 서로 물러섬이 없다.
각자 낼 수 있는 최대의 단단함을 만들어 내는 행위는 사실.
고체라는 건 비유적 표현일 뿐이다.
엉덩이이기도, 호문쿨루스 중 일부이기도 한 그 사각뿔의 금박 꼭지는
찬란하게 노출되어 수많은 도굴꾼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스스로 꺼내보여진 것들을 취하는 방법은
자신의 것 역시도 기꺼이 맞댈 때에만 성립한다.
<2>
어릴 적 온 동네의 문방구를 수소문해 찾아내던 낮은 곡률의 종이딱지와,
두꺼운 교과서 혹은 책상다리등으로 납작하게 누른 딱지는 그 근원이 다르기에,
볼록하고 비싼 안경을 낀 초등학생도 맨눈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전자의 경우 은근하게 활약하며, 혹여 패배하더라도 웃돈을 주고도 지켜지며
후자의 경우는 출전만으로도 무리의 관객들에게 지탄당하며,
어찌어찌 정체를 숨기고 침투하여 몇 번의 경기를 치른 뒤에
전적도 기록되지 않은 채 수많은 주인들을 전전하게 된다.
그렇게 침투할 수 있는 취약점이 발견된다면 ,
같은 공정으로 양산되어 전자와 후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 뒤,
흥미를 잃고 다른 재질의 딱지를 찾아 나서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 되어버린다.
<3>
불편함을 유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된 이 백치 행위는
사이비 종교와 흡사하지만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수많은 기업의 지네 행위는 현재 카파도키아의 절경과 흡사해 보이지만
조만간 심지가 꺼져 수많은 사상자를 낳게 될 것이다.
다만 모두가 이 절경에 취해, 나조차도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에
태양에 너무 가까워져 불타버릴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그들 조차도 이 열기구에 탑승해 있기 때문에,
캐비어 먹기를 중단하고 무사 귀환의 플랜을 제시해 주길 기도 할 뿐이다.
결국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타임머신이라는 복지를 가장 잘 누릴 사람들은 개발 과정에서 빠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