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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야 Dec 11. 2021

오늘 하루 행복했나요?

어느덧 아이들 전면등교 3주 차. 

생각해 보면 자식만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살아온 것 같다. 언젠가 남편이 아이들과 시댁에 가서 자고 오던 날,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나는 아직 아이들과 함께 잔다.) 온기 없는 방에서 홀로 잠을 청하려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반 백 살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잠도 혼자 못 자는 어른이라니...



"침대는 왜 산거야?"

둘째에게 잔소리할 처지가 아니다. 얼마 전 잠자리 독립을 위해 아이들 방에 침대를 들였는데, 둘째는 여전히 엄마 껌딱지다. 그러나 어찌 보면 나야말로 아들 껌딱지다.



"스무 살 되면 칼같이 독립시킬 거야!"

아이들에게 잊을만하면 외치는 엄마지만, 상상만으로 마음 한편 휑하니 찬 바람이 분다. 사실 이 말은 아이들에게 외치는 말이 아니다. 나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말이다. 아이들에게서 멀어지라고, 네 인생을 살라고.



"난 친구 없어요. 준이(동생. 가명)가 내 친구예요."

미친 듯이 싸워도 동생밖에 모르던 첫째. 그랬던 아이가 요즘 친구 이야기에 한창 신이 났다. "내일 공원에서 현우 만나서 학교 가기로 했어요."라며. "오늘 '최준' 흉내 냈더니 은성이(평소 대면 대면하던 친구)가 엄청 웃었어요."라며 말이다 . 얼마 전만 해학교나 친구에 대해 물으면 "몰라요", "모르겠는데요"일관하아이였.



"엄마, 지진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요? 오늘 과학 시간에 배웠는데요, 쫑알쫑알"

수학도 영어도 독서도 영 지지부진하던 둘째. 요즘은 묻지 않아도 하교하자마자 그날 배운 것들을 늘어놓기 바쁘다. 이제야 조금씩 공부 재미를 붙이고 있나 보다. 더디긴 하지만 분명 아이만의 속도로 잘 크고 있다고 믿는다.





"행복하니?"


우리 아이들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다.

결국 인생은 각자의 것이다. 내 옆에 아이들이, 아이들 옆에 내가 평생 함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한 기억의 세포들이 우리를 바로 세울 것이다. 치유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2년 간 24시간 서로 지지고 볶던 생활에서 벗어나 아이들도 나도 이렇게 조금씩 '홀로 서기' 중이다. 앞으로 3주 후면 종업식이고 이후 다시 두 달의 방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기약 없는 코로나가 가장 큰 변수긴 하지만 내년에는 공부건 파트타임이건 '나'를 위한 일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두 달여간 손 놓았던 브런치도 꾸준히 해야겠다. 한 나절을 꼬박 붙들고 앉아 겨우 마무리한 글 <2년 만의 전면등교>. '에라, 모르겠다.' 긴장된 마음으로 발행 버튼까지 누르고 나니 미루던 숙제를 마친 듯 홀가분했다. (언제쯤 글쓰기가 물 흐르듯 편안해질까?)


그 후로 다시 한번 꼬박 한 나절, 책상 앞에 나를 붙잡아 둔 이 글을 마치며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오늘 하루 행복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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