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자식만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살아온 것 같다. 언젠가 남편이 아이들과 시댁에 가서 자고 오던 날,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나는 아직 아이들과 함께 잔다.) 온기 없는 방에서 홀로 잠을 청하려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반 백 살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잠도 혼자 못 자는 어른이라니...
"침대는 왜 산거야?"
둘째에게 잔소리할 처지가 아니다. 얼마 전 잠자리 독립을 위해 아이들 방에 침대를 들였는데, 둘째는 여전히 엄마 껌딱지다. 그러나어찌 보면 나야말로 아들 껌딱지다.
"스무 살 되면 칼같이 독립시킬 거야!"
아이들에게 잊을만하면 외치는 엄마지만, 상상만으로 마음 한편 휑하니 찬 바람이 분다. 사실 이 말은 아이들에게 외치는 말이 아니다. 나 스스로를 환기시키는 말이다. 아이들에게서 멀어지라고, 네 인생을 살라고.
"난 친구 없어요. 준이(동생. 가명)가 내 친구예요."
미친 듯이 싸워도 동생밖에 모르던 첫째. 그랬던 아이가 요즘친구 이야기에 한창 신이 났다. "내일 공원에서 현우랑만나서 학교 가기로 했어요."라며."오늘'최준' 흉내 냈더니은성이(평소 대면 대면하던 친구)가 엄청 웃었어요."라며 말이다. 얼마 전만 해도 학교나 친구에 대해물으면"몰라요", "모르겠는데요"로 일관하던 아이였다.
"엄마, 지진이 왜 일어나는지 알아요? 오늘 과학 시간에 배웠는데요, 쫑알쫑알"
수학도 영어도 독서도 영 지지부진하던 둘째. 요즘은 묻지않아도 하교하자마자그날 배운 것들을 늘어놓기 바쁘다. 이제야 조금씩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있나 보다. 더디긴 하지만 분명 아이만의 속도로 잘 크고 있다고 믿는다.
"행복하니?"
우리 아이들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다.
결국 인생은 각자의 것이다. 내 옆에 아이들이, 아이들 옆에 내가 평생 함께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한 기억의 세포들이 우리를 바로 세울 것이다.치유와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이다.
2년 간 24시간 서로 지지고 볶던 생활에서 벗어나 아이들도 나도 이렇게 조금씩'홀로 서기'중이다. 앞으로 3주 후면 종업식이고 이후 다시 두 달의 방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기약 없는 코로나가 가장 큰 변수긴 하지만 내년에는 공부건 파트타임이건 '나'를 위한 일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두 달여간 손 놓았던 브런치도 꾸준히 해야겠다. 한 나절을 꼬박 붙들고 앉아 겨우 마무리한 글<2년 만의 전면등교>. '에라, 모르겠다.' 긴장된 마음으로 발행 버튼까지 누르고 나니 미루던 숙제를 마친 듯 홀가분했다.(언제쯤 글쓰기가 물 흐르듯 편안해질까?)
그 후로 다시 한번 꼬박 한 나절,책상 앞에 나를 붙잡아 둔 이 글을 마치며 스스로에게같은 질문을 던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