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9. 9-10-10
이 앨범의 모든 소리가 급진적이고 즉물적이며 복잡한 어프로치를 시도한다. 「Bohemian」에서 들리는 ‘티 렉스(T-Rex)’와 ‘흰 국화’의 대비, 「Spirng」에서 ("Red Sea, Blue Sun"로 귀결되는) 반어적인 이미지와 가족 서사의 (영어 가사로 얽힌) 묘한 결합, (대나무 관악기 세션을 맡은 아사히 타카시[旭孝]의 팬 플루트 연주가 훌륭한) 「공무도하가」에서 들리는 재즈와 민요의 참신한 결합, 「삼도천」에서 들리는 ‘태양이 물을 태운다’는 표현과 (곡 후반부에 깃든) 이국의 ‘민요’, (야마모토 타쿠오 [山本拓夫]의 리코더 연주로 시작하는) 「새」에서 들리는 순수와 자유의 은유, 「22,23,24」에서 들리는 ‘세계’와 ‘시계’와 ‘시간’의 기술(記述)에 이르기까지.
아코디언 연주가 서두를 연 「Bohemian」은 미쿠즈키 치하루[美久月千晴]의 베이스 연주와 시마무라 에이지[島村英二]의 드럼 연주가 등장하면서 훌쩍 다른 세계에 접어든다. (호소노 하루오미[細野晴臣]와도 작업했고 이 앨범의 모든 곡에 모든 기타 연주를 전담한) 토쿠다케 히로후미[徳武弘文]의 기타 연주가 타케다 하지무[竹田元]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넘실대는 이 곡은 이상은의 유려한 목소리를 대범한 어프로치의 사운드에 한껏 담았다. 간주에 이르러 등장하는 새로운 (또한 튼튼한) 보컬 멜로디는 이런 능숙한 연주를 바탕 삼아 (카케하시 이쿠오[梯郁夫]의 레인 스틱 연주로 끝나는 대목에 이르기까지) 강렬한 이미지의 ‘바다’를 청자 앞에 시원스레 펼쳤다. 건반주자이자 편곡자이며 동시에 이상은의 음악적 파트너였던 타케다 하지무와, 앨범 프로듀서인 와다 이즈미[和田泉]는 이상은의 곡이 지닌 독창적인 ‘스케일’을 이 앨범에 그대로 담으려 했다. 이들은 당시 일본 재즈와 일본 어덜트 컨템퍼러리에 정통한 일본인 세션들을 총동원하여 이 앨범의 사운드를 세심히 구현했다. 타케다 하지무 또한 이 앨범의 건반 악기 연주와 (「삼도천」의 드럼 루프를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사운드를 직접 꾸렸다.
이 앨범은 ‘정박(正拍)’이나 수록곡 간의 ‘경계’와도 가끔 멀어졌다. 「삼도천」의 인트로에 등장하는 드럼 루프 사운드는 이상은의 보컬보다 늦게 등장한다. (사쿠하치[尺八] 연주가 인상적인) 「Spring」의 행진곡 풍의 드럼 연주가 서서히 페이드아웃 되는 동안, (「Come, The Children Do」의 인트로를 채울) 앰비언트 비트가 「Spring」의 끝에서 천천히 페이드인 한다. 이 앨범의 모든 소리가 이 앨범의 ‘흐름’을 배려했기에, 이 ‘흐름’은 자유롭고 자연스럽다.
이상은은 이런 ‘흐름’ 속에서 자신 안에 깃든 세계(혹은 ‘차이’)를 성찰했다. 「Spring」의 마지막 가사인 "Only dream can be my inner faces/if god allows to be (오직 꿈만이 나의 내면이 될 수 있어/만약 신이 허락한다면.)"에서 우리는 세계를 내면화한 싱어송라이터의 심연을 읽을 수 있다. 이때까지 나온 한국 대중음악 앨범 중에서 한 아티스트의 비전(Vision)을 (음악적인 기율에 눈치 보지 않고) 이토록 철두철미하게 사운드로 ‘이행’한 작품은 없었다.
마지막 곡 「Reincarnation」이 가사가 실전된 민요처럼 들리는 (이 앨범의 가사지엔 원가사와 원제목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든’이 적혀있다.) 이 앨범을 들으며 누군가는 이를 과잉되고 느리고 이상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이 앨범에 깃든 원색의 상상력과 스케일에 칭송을 보낸다. 누군가는 이 앨범이 더 말할 게 남아있다는 점을 설파한다. 이 앨범은 지금도 이러한 ‘소문’이 무성한 저잣거리를 유유히 빠져나와,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