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필요하세요?

by 모사

아빠가 있으면 행복할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죠.

엉뚱한 생각이지만 필요할 때만 있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없다면 어떨까요?

저에겐 아빠가 한 명이고 저희 집 아이들에게도 한 명의 아빠가 있습니다.

물론 저의 아빠는 제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의 아빠는 제가 선택했죠.

가부장적인 아빠보다는 좀 자상하고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아빠를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나와 대화도 잘 통하고 섬세한 면이 많아서 그럴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아빠가 된 남편은 달라지더군요.

아빠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변하나요?

아이들과 다투는 남편의 모습을 볼 때면 개선할 생각이 없이 반복하는 모습이 답답하고 짜증이 납니다.

어쩔 때는 저도 모르게 화가 나고 저의 큰 소리에 억지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옳은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



요즘은 아빠에 대한 저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아빠가 꼭 있어야 하나? 아빠가 두 명이면 안 되나?

아빠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이들이 원하는 아빠이어야 하는가?' 하고 말이죠.

지금은 아빠가 선택인 시대가 점점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나중에는 다양한 아빠가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던 중에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과 동화책 <랜선 아빠>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동안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꼭 짚어주는 것 같아서 너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책을 읽는 동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막 쏟아졌죠.

드라마를 같이 보던 남편이 옆에서 휴지를 받아 눈물을 닦으며 봤고,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읽다가

눈물이 막 나는데 소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끝까지 읽었죠.



드라마는 길다보니 어느 부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울었고,

책에서는 아빠가 없는 10살의 김새솔이라는 남자아이가 남탕에서 아빠와 아이가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며

'나도 아빠와 저렇게 싸우고 싶었다'라는 부분에서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

며칠 전에 아이와 아빠가 싸우는 데 제가 화를 냈거든요. 내가 아빠와 아이들의 소통에 끼어들어서 방해를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나봐요. 엄마의 눈으로 볼 때는 서로 원인 제공을 안 하면 될 아주 단순한

일로 보였거든요.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이라니...



유튜브에 '랜선 아빠'를 검색해봤더니 시카고 랜선 아빠랑 한국 랜선 아빠가 나오더군요.

면도하기, 다림질하기, 넥타이 메는 법을 올리기도 하고 위로와 응원을 하기도 하죠.

덧글로 소통하면서 아빠로 인한 어려움들을 조금씩 풀어나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의 아빠들은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보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자식들에게

주입시키려는 경향이 많아보이죠.



<랜선 아빠>에서 새솔이는 내가 원하는 아빠의 조건을 이야기합니다.

- 배드민턴을 잘 치는 아빠

- 롤러스케이트를 잘 타는 아빠

- 목욕탕에서 때를 살살 밀어 주는 아빠

- 나를 번쩍 들 만큼 힘이 센 아빠

- 내 질문에 백과사전처럼 모두 대답해 주는 아빠

- 놀이공원에서 나와 함께 롤러코스터를 탈 줄 아는 아빠

- 방귀를 손에 쥐고 냄새 폭탄 날리는 건 절대 금지.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조건에 맞는 아빠를 만나지 못하죠.

하지만 아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아빠를 느끼게 되죠.



<조립식 가족>에서는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버리고 부잣집 딸과 결혼한 아빠(생물학적 아빠)가 부부사이에

자식이 없자 아들을 찾아오죠. 이유는 자신의 재산을 자신의 자식에게 주고 싶다는 이유로 말이죠.

10년 동안 친자식처럼 아들을 키워준 아빠에게 자신이 친아빠(생물학적 아빠)라는 이유로 아들을 데려간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란...

아빠 노릇을 하지 않아도 생물학적인 아빠가 대단하긴 한가 보네요.

그렇게 데려가 놓고는 끊어진 인연이라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참 씁쓸했습니다.



<조립식 가족>의 세 아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죠. 그런데 피가 섞인 어느 남매보다도 서로를 더 챙기죠.

드라마 속에서는 혈연으로 만나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죠. 마치 혈연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혈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결혼 한 후로 혈연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의문이 많았습니다. 아이를 낳은 후에도 혈연관계가 아니라서 이방인 같다는 느낌 말이죠. 혈연 관계를 중시하는 부계사회에서의 <조립식 가족> 드라마는 참으로 의미가 있네요. 엉뚱한 상상이지만 모두가 혈연 관계를 무시하는 사회라면 혈연 관계로 인한 문제들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혈연이 아닌 가족에 대한 돈의 의미도 함께 말이죠.

10년 동안 자신을 키워준 아빠를 위해서 보답해야 한다는 아들에게 아빠는 "아빠한테 뭐 갚는다 그런 말 하지마"라며 그렇게 생각하는 걸 서운하다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혈연 관계의 가족관계가 보답을 더 따지지는 않는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립식 가족>에 대해서 찾다보니 <이가인지명>이라는 중국드라마가 원작이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원작과 비교해보면서 중국스타일과 한국스타일의 차이점을 알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였어요.

드라마를 잘 보는 편이 아닌데 끝까지 보게 된 것은 이야기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간다는 점이었죠.

보는 내내 눈물도 많이 흘리고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도 많이 정리가 되었네요.

특히 칼국수 가게 사장님 아빠의 요리를 보는 건 그야말로 감동이었는데요. 저한테 그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착각할 정도로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을 아이들에게 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죠. 어쩌면 아이들이 잘 자랄 수밖에 없는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좋은 드라마를 보고 좋은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쏟았더니 그동안 제 가슴 속에 있었던 감정들이 조금은 정리가 된 것 같아서 참 다행이네요. 이 감정들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면 참 힘들었을텐데...

내가 원하는 아빠를 얻을 수는 없지만 아빠가 숨겨놓은 마음을 숨은그림을 찾기라고 생각해보고 찾아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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