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쓰는 청산의 추천사 6

by 모사


연지새

어욱새

속새

신발

맨발

다람쥐

들쥐




마법의 주문


하늘을 나는 재주꾼 손오공이 푹신한 근두운을 타고 푸른 산 위를 신나게 날아다니고 있었어요.

"야호! 역시 하늘을 나는 기분은 최고야!"


한편, 저 아래 바닷가에는 저팔계가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있었어요. 혼자 노는 것이 이제 너무 재미가 없었거든요. 무료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던 저팔계의 눈에 쌩쌩 날아다니는 손오공이 보였어요. 부러운 마음에 저팔계는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맴돌던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얄리 얄리 얄라셩~"

그 소리를 들은 손오공은 '어? 누가 나를 부르나?' 싶어 근두운을 멈추고 휙 내려왔어요.


"어이, 저팔계! 나 불렀어?"

저팔계는 멍하니 손오공을 바라보며 대답했죠.


"얄라리 얄라."

"뭐라고? 나 불렀냐고 물었잖아."
"얄라리 얄라."

손오공이 물을 때마다 저팔계는 계속 알 수 없는 소리만 반복했어요. 그렇게 다섯 번이나 똑같은 대화가 오갔죠. 결국 참다못한 손오공이 버럭 소리를 질렀어요.


"야! 너 자꾸 반복할래? 더 이상은 못 참아! 도대체 그 '얄라리 얄라'가 무슨 뜻인데?"

그러자 저팔계가 어깨를 으쓱하며 태평하게 대답했어요.


"얄라리 얄라? 아무 의미 없어. 그냥 입에서 나오는 소리야.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손오공은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허, 참나. 아무 의미도 없는 소리를 저렇게 정성스럽게 하다니!'

손오공은 황당해하며 다시 하늘로 올라가려 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방금 들은 그 곡조가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거예요.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아무 뜻도 없는데 묘하게 신나는 리듬이었죠. 손오공은 피식 웃음이 났어요. 다시 바닷가를 내려다보니, 덩그러니 앉아 있는 저팔계가 왠지 외로워 보였습니다.

손오공은 다시 근두운을 돌려 저팔계 앞으로 슝 내려갔어요.

"야, 저팔계! 너 정말 심심해?"

저팔계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응, 무지무지 심심해."

손오공이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어요.


"그럼 내가 근두운 태워 줄까? 이거 타고 하늘 한 바퀴 돌면 기분이 끝내주거든!"

저팔계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어요.


"정말? 와, 신난다!"

저팔계는 넙죽 손오공의 손을 잡고 근두운에 폴짝 올라탔습니다. 둥실 떠오른 근두운은 푸른 산과 넓은 바다 위를 시원하게 내달렸어요. 바람을 가르는 기분에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목청껏 소리쳤습니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서정주, 추천사(鞦韆詞)


추천을 밀어다오


화창한 봄날, 춘향 아가씨와 향단이가 푸른 잔디밭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저만치에는 예쁜 그네가 바람에 살랑이며 둘을 유혹하는 듯했죠.

심심했던 춘향이가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어요.


"향단아, 오늘의 추천은 뭐야?"


향단이는 당연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그네를 가리키며 대답했어요.


"아가씨, 저기 있잖아요. 그네지요."


춘향이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다음 날이 궁금해져 다시 물었어요.


"그럼, 내일의 추천은 뭔데?"

"그것도 그네지요."


향단이의 대답은 어제와 똑같았어요. 춘향이는 꾹 참고 한 번 더 물었죠.


"그럼, 모레 추천은?"

"모레도 그네랍니다!"


결국 춘향이는 살짝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어요.


"향단아, 너는 어째서 맨날 똑같은 대답만 하는 거야? 내 마음도 몰라주고!"


향단이도 억울한 표정을 지었어요.


"아가씨, 저 그네가 추천이고 추천이 곧 그네인걸요! 왜 자꾸 물으세요?"


둘이 서로 답답해하며 입을 삐죽 내밀고 있을 때였어요.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던 친구 돈호가 다가왔죠.


"돈호야! 우리 이야기 좀 들어봐."

"춘향아! 향단아! 무슨 일이니? 내가 한번 들어볼게."


자초지종을 들은 돈호는 빙그레 웃으며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어요.


"춘향이가 말한 '추천'은 '이것 어때요?' 하고 좋은 것을 알려주는 추천(推薦)이고 한자는 '밀 추'에 '천거할 천'을 쓰고, 향단이가 말한 '추천'은 저 그네를 뜻하는 추천(鞦韆)이고 한자는 '밀치근 추에 그네 천'를 쓰지. 소리는 같지만 뜻은 전혀 다른 말이지."


그제야 춘향이와 향단이는 얼굴을 마주 보며 "아!" 하고 웃음을 터뜨렸어요.


"돈호야, 정말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서로를 오해한 채 하루 종일 토라져 있었을 거야."

"응, 난 누가 날 불러주는 게 좋아. 다음에도 언제든지 불러줘."


오해를 푼 춘향이와 향단이는 손을 꼭 잡고 깔깔 웃으며 그네를 타러 달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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