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얼룩

지연이 지우가 되는 이야기 3

by 꿈꾸는 지우

이 이야기는 혹여나 여러분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폭력적인 장면이 있으니 조심해서 읽어주세요.



새로운 학교에 적응을 하고 꽤 재미나게 다녔던 중이였다. 아마 기말고사 즈음이였나보다. 엄마옷이 반팔이였던 그 때. 서울에 올라오면 좀 나아질까 기대했던 엄마 아빠의 싸움은 그닥 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날도 엄마와 아빠는 싸우고 계셨다. 내심 긴장되는 분위기는 엄마가 언니와 나에게 관심을 쏟으며 마무리 되나 싶었다. 그러나 너무 섣부른 기대였을까. 안방에서 아빠는 다시 엄마의 화를 돋웠고 엄마는 우리 방에서 소리 높여 아빠와 싸우게 되었다.


그 애매했던 더위가 가진 불쾌감이 불씨가 된 것일까. 연탄을 갈고 새롭게 불이 뜨끈하게 올라오듯 엄마와 아빠의 싸움이 재 점화 되는 것 같은 그때 아빠가 갑자기 우리 방에 오셔서 엄마에게 손찌검을 하셨다. 그 손찌검은 번개탄처럼 엄마의 분노에 불을 질렀고 엄마는 아빠의 다리를 부여잡고 악에 받힌듯 소리지르셨다. 불길은 매섭게 타오르고 공기는 점점 긴장감이 올라갔다.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이 끊어질거 같은 분위기에 언니와 나는 어쩔줄 몰라 하던 그 순간.

그때 난 사람의 몸이 꽤 탄성이 좋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리가 붙잡힌 아빠의 마지막 선택은 손이 아닌 발로 엄마를 차버리는 것이였고 엄마의 얼굴은 끈달린 테니스 공이 돌아오는 것 처럼 휙 뒤로 꺾였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곧 엄마의 얼굴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그 뒤의 기억은 잘 없다. 앨범의 사진들 처럼 장면 장면 기억만 있다. 그저 엄마의 눈알이 터져서 나오는 피라면, 그러면 엄마가 한쪽 눈이 안보일텐데 어쩌나 걱정했었다. 묵음 처리 된 사진들의 기억 끝에는 언니와 내가 방바닥에 전부 뿌려진 엄마의 피를 울지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닦아냈던 장면이 삽입 되어 있다. 너무 놀라 손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닦을 수록 걸레 흔적들이 생기는 그 장면이.


그때 깨달았다.

아빠는 화가나면 누군가를 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 맞으면 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바닥의 피를 닦으며 그냥 그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내 마음 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겼다. 적갈색의 걸레가 지나간 흔적이 명백히 보이는 얼룩이.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짝이던 백과사전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