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건어물 남녀를 위하여 2.
너무 많은 정보에 지쳤던 지난 한 주였어,
혼밥, 혼술이라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라이프 스타일을 강요하는 것 같아,
난 그냥 나인데 말이야.
아무 일상을 해도, 아무 일상을 하지 않아도
나는 그냥 나로서 있었으면 좋겠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냥 나로서도 의미있는 거라 생각해.
그렇게 보내는 하루하루로 충분해.
그럴 듯한 직업을 갖고, 우아한 식사를 하고,
SNS에 올릴만한 밥을 먹고, 그럴듯한 공연을 보고,
단체 셀카를 멋드러지게 찍어야 나다운 걸까.
그 판에 박힌 싱글라이프 같은 라이프 스타일도 지겨워.
결국 공허해 진단 말이야.
난 그냥 하찮은 일상을 하고 싶었어.
아침 늦게 일어나 스팸을 굽고,
엇그제 마트에서 싸게 산 김을
햇반 위에 얹어서 먹고, 참치 한 캔에, 컵라면 하나 뜯고,
계란 후라이 하나에도 그냥 즐거운 웃음이 나오는 거야.
느즈막히 해결한 아침상을 설거지도 안 한 채 뒤로 하고,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동네 산책을 나가는 거야.
눈에 보이는 대로 주워 입은 츄리닝에 패딩점퍼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말이지.
그리고 동네 만화방을 찾는 거야.
방금 컵라면을 먹었는데도,
만화방에서 좋아하는 만화를 꺼내 들고 함께 하는 라면은
왜 이렇게 새롭게 맛있는 지.
그 뻔하고 하찮은 한 두 시간이,,
견딜 수 없게 재밌는 거야
그러다 오후 세네 시가 되면 다시 집에 들어와,
지난 주부터 핸드폰 한 켠에 남겨둔
영화, 애니메이션 목록 중
두 개 정도를 뽑아 들고 가만히 시청하는 거지.
갑자기 내리는 빗 소리가 오히려 운치가 되는
오후 네 시 이십오분.
가끔 졸아도 괜찮아, 해질녁이 되어도 괜찮아.
하찮은 일상은 그냥 지나치는 것만으로도
나다워 지는 거야.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린 뒤로
벌써 밤 여덟 시 사십칠분이 되었어.
벌써 바깥은 깜깜해.
그 마저도 짓궃은 듯 자유로워,
흘러가는 시간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아,
그 사소하고 하찮음이 나에게 가져다 주는 편안한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기 때문이지.
어줍잖게 방의 불을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놔. 십년 전에 즐겨 듣던 노래가,
컴퓨터 폴더 깊숙한 곳에서 들려.
아까보다 비는 더 세차게 내리지.
그렇게 새벽 열두시 삽십오분까지.
나는 나로서 하루를 보내서 즐거웠어.
그 하찮은 일상이 가져다 주는 가치.
세상이 몰라도 나만은 알지.
하찮은 일상, 그 위대함을 너도 기억하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