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드디어 마지막 관문까지 왔다. 그것은 바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끝'이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혹은 슬펐던지 간에, 결국엔 내 세상과 무의 세계를 잇는 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때가 온다. 영원할 줄 알았던 나의 이데아도, 이만 사라질 차례다.
대게는 슬픔을 느낄 것이다. 나의 부모님이, 내가, 배우자가, 자녀가 사라진다는 상상을 하니 이만한 슬픔도 없다. 하지만 우주의 입장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순리다. 해가 떴으면, 해가 지듯이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에는 기쁨도, 슬픔도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죽지만,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기쁨을 느끼지 못하듯이 말이다. 우주는 슬프지 않다. 그저 흐를 뿐이다.
죽음의 순간. 내가 감히 그 순간을 서술할 수 있을까. 능수능란하고 예리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죽음이라는 대우주 앞에 압도되어 도저히 표현이 어렵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보았는데 독자들도 한번씩 따라 해보길 바란다. 자세를 바르게 교정한 뒤, 심호흡을 천천히 세 번 한다. 천천히 눈을 감고 1분 뒤에 나의 이데아가 명을 다한다고 상상해 본다. 이제 나는 무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 문을 통과하는 순간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해 보라. 차분하게 집중하여 1분 간 어떤 생각이 드는지 느껴본다.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아무 잡념이 들지 않고, 매우 평온했다. 기쁨도, 후회도 없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엔트로피 감소라는 기막힌 우연으로 우리는 태어났다. 찰나 같은 이 세상, 순간 번쩍이며 인생이라는 선물을 느끼고 간다.
우주로 돌아가자, 다시 무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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