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탱고 ; 열정과 격정 사이

by 에르네스티토

2014년 1월, 나는 남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내게는 체 게바라로 대표되었던, 열정의 대륙인 남미를 여행하기 위해서였다.

비행기표와 여행경비를 벌기 위해 5개월간 공사현장에서 근무했고 나의 그 해 하반기는 그곳으로 기억된다.


페루와 볼리비아, 칠레를 지나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겼지만,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기 시작한 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머물기 시작하면서였다. 와인과 소고기를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곳곳에서 탱고음악이 흘러나오는 곳, 길거리에서 탱고 공연을 볼 수 있는 곳,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내게 그런 도시였다. 열정과 낭만으로 가득찬 곳.


그 곳에서 왕가위 감독의 팬이라면 다들 알 만 한, 해피투게더에 나왔던 그 곳, "Bar Sur"를 갔다.

이전에도 길거리에서 혹은 음식점에서 탱고를 보기는 했지만 그 곳은 달랐다. 그 곳에서 흐르던 탱고는 열정이었다.

하지만 Bar Sur에서 마주한 공연을 보며 나는 그것이 그저 열정적인 춤과 음악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몸과 몸이 밀접하고, 열정적이고 격렬한 몸짓이지만 댄서들이 입술은 앙 다문 채, 눈을 마주치지 않는 그 모습이 내게는 열정이라기보다는 격정으로 다가왔다. 마치 끝을 알고 하는 마지막 사랑처럼, 처절해보여서 더 집중이 되었고 그것이 너무 슬프고 지쳐 두 시간여를 보다 밖으로 나와 한숨을 쉬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내게 탱고라는 음악은 선율만으로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마력이면서도, 그 안에 아르헨티나라는 나라를 담고 있는 듯한 음악이다. 한때 경제대국이었던 나라였지만 암시장에서 달러를 거래할만큼 불안정해진 곳, 대로변을 따라 멋들어지게 들어선 유럽풍의 건물 뒷 골목에는 부랑자들이 살아가는 곳, 세계적인 공연이 펼쳐지는 반대편에는 일상의 치열함을 살아가는 곳.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열정과 격정 그 사이.


* 이미지 출처 : batterseaspani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