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여자 후배는 왜 그렇게 울었을까요

슬직생 꿀팁 72... 후배 편(22)

by 이리천


필자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유능한 후배가 있었습니다.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일도 똑 부러지게 잘하는,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는 재목이었죠. 좋은 집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 뒤틀린 데 없이 곧게 뻗은 나무 같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후배에게서 느슨해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생활의 긴장감이 풀리면서 업무에서 자잘한 실수와 틈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하루는 필자가 후배를 따로 불러 따끔하게 혼냈습니다. "요즘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다" "보고서가 마치 술 취해서 쓴 것 같다"라고 신랄하게 지적했습니다. 후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난생처음 듣는 신랄한 꾸지람 탓이었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속마음을 들켜 화끈했던 탓이었을까요?


갑자기 후배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펑펑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너무 난처해졌습니다. 젊은 총각 사원과 후배 여자 사원이 휴게실에서 이야기하다가 한 명이 울기 시작한 상황이라니, 누구라도 오해할 수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결혼과 육아를 이유로 퇴사한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개운치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후배에게 했던 가시 같은 독설을 사과하지 못했고, 후배는 자신이 왜 갑자기 울었는지 설명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럴 기회를 필자가 만들지 않았던 탓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후, 다른 회사 후배를 통해 그 후배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후배는 필자에게 서운했고 동시에 고마웠다고 했다더군요. 평생 그렇게 자신을 대놓고 따끔하게 혼낸 사람이 필자가 처음이었고, 여기저기서 칭찬만 받으며 자만했던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아무런 사과나 설명도 없었던 필자의 행동에 큰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묘하게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철 모르던 어린 시절에 있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큰 실수였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날카롭지 않게 했더라면 그 후배는 회사를 계속 다녔을까요? 어쩌면 더 훌륭한 재목으로 커리어를 쌓아가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필자와의 관계도 더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모든 것은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그 후에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죠.


독자 여러분은 부디 필자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면, 그 상대가 선배든 후배든 관계없이 꼭 먼저 손을 내밀어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서로에게 따뜻한 한마디와 진심 어린 사과가 직장 생활은 물론, 소중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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