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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우면 휩쓸리고, 멀면 왕따… 거리 두기의 기술

슬직생 꿀팁 114... 동료 편(14)

by 이리천


친하지도 않고, 특별히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데 유난히 다가오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당신이 볼드 E형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소문자 i라면 곤란한 일이 됩니다. 적당한 이유를 대고 한 두 번 초대를 거절했는데, 계속 제안해 온다? 그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필자는 오는 사람 막을 필요없다는 원칙입니다. 가는 사람 잡을 필요 없고, 오는 사람 역시 굳이 막을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호의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웬만한 사람이면, 특별히 부담되는 이성이나 저의를 갖고 접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다 만나는 편입니다.


필자가 이렇게 만남에 후한 이유 중 하나가 ‘리스크 관리’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호감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을 잘못 대해서 벌어질 수 있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은 자존심의 동물입니다.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던지기도 합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접근한다면, 일단 자존심을 내려놓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만남을 거절당한다? 그래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그럼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모릅니다. 호감이 반감으로 변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원수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은 본질적으로 피곤합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불상사 없게,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면, 크게 위험한 일이 아니라면, 잠깐 드라마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상대를 만나는 게 좋습니다. 혹시 아나요? 별로라고 생각했던 상대가 알고 보니, 당신이 그동안 찾아 헤매던 ‘소울 메이트’ 일 지.


그리고 이왕 만날 거라면 최대한 상대를 극진하게 대접하세요. 상대가 감동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못해 나온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하수 중 하수입니다. 상대가 당신 팬이 되도록,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당신을 위해 몸을 던질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대해 주세요.


그래도 만나는 게 영 내키지 않는다면? 최대한 정중하게, 상대가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정이 꽉 차 있어서요” “친한 사람이 아니면 저녁 같이 안 해요”라는 식으로 대놓고 거절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상대로 하여금 곧바로 반감을 불러일으켜 보복을 맹세케 하는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대신 “초대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새로 맡은 일 때문에 바로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네요. 제가 나중에 연락드려도 될까요”라고 에둘러 돌려 말하면 어떨까요. 똑같이 거절하는 말이지만, 상대의 자존심을 뭉개 참사를 부르는 파국은 피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저녁에 제가 하는 일이 생겨서 식사 시간을 내기는 힘들 것 같아요, 혹시 가능하면 오후쯤 차 한잔 어떨까요”라는 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만남을 제안하는 겁니다. 저녁 대신 차담이라는 새로운 만남을 제안해, 상대 제안을 거절하면서도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차선책을 내는 것입니다.


직장 내 관계는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문제입니다. 너무 가까우면 휩쓸리기 쉽고, 너무 멀면 왕따가 됩니다. 그렇다고 싫은 사람과 억지로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잃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현명함. 어렵지만 그렇게 해야 직장 생활도 편하고 업무 성과도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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