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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사무실이 점점 절간처럼 변해가는 이유

슬직생 꿀팁 113... 동료 편(13)

by 이리천


AI 전문가 한 분이 얘기한 걸 들었습니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어제 친구랑 하루 30분 이상 얘기했어”라는 말이 “고기를 먹으려고 어제 산으로 멧돼지 사냥을 나갔어”라는 말만큼 터무니없이 들릴 수 있다는군요. 무슨 말이냐. AI가 모든 걸 해결해 주기 때문에 굳이 인간과 얘기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온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인간은 문명과 기술이 발전되면 절대 그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미 가축을 사육해서 가공하고 전화 한 통이면 조리된 음식을 배달해 먹을 수 있는데, 굳이 고기를 먹으려고 산으로 멧돼지 사냥을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인공지능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데 굳이 사람끼리 서로 감정소모하면서 대화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입니다.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잠깐만 생각해 보세요. 지금 여러분은 하루 얼마나 주위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습니까. 주말에 가끔 친구를 만나 수다 떠는 일이 있겠지만 그것도 피곤하시죠? 대신 톡으로 얘기하고 SNS 보면서 쉬는 게 편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재밌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데 굳이 힘들게 나가서 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죠.


집에서 쉴 때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식구끼리 점점 대화가 사라집니다. 서로의 방에서 톡으로 대화합니다. 심지어는 옆에 있어도 톡으로 얘기합니다. 그것도 앞으로는 사라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AI가 친구도 되고 선생님도 되고, 멘토도 돼주는 데 불편하게 서로 눈치 봐가면서 사람과 대화하겠느냐는 거죠.


사무실은 어떤가요. 절간처럼 조용하지 않나요. 선배에게 묻던 것을, 후배에게 시키던 것을 이제 대부분 채티나 재민이에게 묻고 있지 않나요. 인공지능이 일상이고, 삶의 일부고, 당신의 미래가 된 게 사실입니다.


4~5년 후면 대화나 예술, 법률 등 특정분야에서 뛰어난 AI가 아닌 다방면에서 인간을 뛰어넘은 AGI(초인공지능) 시대가 온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질 지 모릅니다. 천국이 될 거라는 사람이 있지만, 대부분은 지옥을 걱정합니다.


어쨌거나 명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당신의 동료를 채티(챗GPT)나 재민이(재미나이)와 비교하지 말라는 겁니다. 채티나 재민이가 당신 동료보다 확실히 더 친절하고 더 정확하고 더 빠른 것은 사실입니다. AGI는 주요 산업에서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겁니다.


그래도 인공지능은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의 역할이 있고, 사람의 역할이 있습니다. 당신의 생명과 영혼, 그리고 삶의 가치는 인공지능의 손에 맡길 수 없습니다. 당신의 동료는 경쟁자이지만 언젠가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인공지능과 인간 간에 종족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때도 AI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있을까요. 당신을 도울 존재는 채티나 재민이가 아니라 당신 옆에 있는 동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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