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쓰지 않으면 어딘가로 넘쳐버릴 것 같은 요즘이다. 요새 많이들 쓰는 SNS와는 도무지 친해지질 않아서 그냥 아무것도 쓰지 않은 상태로 꽤 오랫동안 살고 있다. 예전엔 싸이월드에 다이어리라는 기능을 참 많이 애용했다. 싸이월드는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의 홈페이지를 직접 들어가야만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신생 SNS가 줄줄이 탄생하면서 싸이월드는 금세 밀려났다.
이 부동의 상위권 SNS들의 최대 단점은 바로 내가 쓴 글이 보란 듯이 공개되어버린다는 점이다.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도 나와 친구로 맺은 사람들은 내 게시물을 SNS에 로그인하자마자 첫 화면에서 볼 수 있다. 내 계정에 직접 들어와야 하는 수고가 덜어진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장점이지만, 나에게는 마치 내 생각이나 감정을 대자보로 써 붙이는 것처럼 느껴져 여간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최근 하게 된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물론 SNS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누구든 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내 페이지에 직접 들어와야만 볼 수 있는 것과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보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자꾸 마음을 담지 못한 글을 쓰게 된다. 그게 어느 순간부터 버릇이 되었다. 누구든 봐도 되는 글과 누가 봐도 상관없는 글에 담긴 진심은 온도가 다르다. 내 싸이월드 다이어리에는 누구든 봐도 되는 글과 누구도 봐서는 안 되는 글이 폴더별로 정리되어 있다. 누가 봐도 상관없는 글은 없다. 누군가 나를 찾아오기를, 그래서 나를 봐 주기를 바랐던 그 시절에 쓴 글은 보기 힘들 만큼 과한 감정과 전하지 못한 진심과 바라면 안 될 소망이 뒤엉켜있다. 캄캄한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 혹은 대낮에 오랫동안 걸으면서, 뒤척이던 새벽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수많은 글을 썼다. 글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도 썼다.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닌 가슴속에서 나온 말들이다.
요즘엔 유독 그 싸이월드 다이어리가 그립다. 그 시절 내가 어떤 글을 썼는지, 어떤 마음이었는지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때 썼던 글이 읽고 싶은 걸 보니 어쩌면 그때가 그리운 걸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에 글을 쓰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찾는 걸 보니 그만큼 매력적인 일인가 보다. 아직도 누군가 내 글을, 나를 읽어주었으면 하는 욕망이 남아있나 보다. 지인이 추천해 준 다른 채널을 이용해 볼까도 했지만, 여러 개의 매체를 관리할 자신이 없어 그냥 브런치 스토리에 쓰기로 했다. 무언가를 완벽히 써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한 줌 덜어내고,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쓰던 그 시절 처럼 편하게 써볼까 한다.
그러나 거창하게도 매거진을 만들고, 제목까지 정해야하는 시련이 닥쳤다. 조금 고민하다가 '그녀에 대하여' 라고 정했다. 그녀는 나를 혹은 타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대부분 내 얘기를 쓰겠지만, 그래도 여자에 대한 얘기를 쓸 것임은 확실하다. 어떤 여자에 대한 이야기일지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밖에 모른다. 그 점이 무언가를 쓴다는 것에 끌리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