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aces and Essences, 내면만큼 내 껍데기도 소중해요.
#1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저리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아니 더 파고 싶지 않다.
추악한 내 내면의 모습과 마주할 것 같아서.
그럴 때가 있다.
규정할 수 없는 어떤 마음이 혹은 어떤 생각이 드는데
그 생각에 근본 원인을 파고들면 내 자존감이 무너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순간 말이다.
#2
껍데기 속에 있는 진실을 바라보는 눈이 있었으면 좋겠어.
마치 흙 속에 감추어진 보배를 찾는 능력과 안목이 있듯이 말이야.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그 안목을 갖고 있다면 좋겠지만, 적어도 껍데기에만 휘둘리지 않는,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이면 좋겠어.
#3.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껍데기 또한 실체이며
본질과는 다르지만 표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면화된 실체보다 본질에 더욱 큰 가치를 둘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그건 아마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려나?
본질과 표면화된 실체는 함께 떨어뜨려 놓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애초에 그것을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누어 보려고 한다는 시도 자체가 나의 욕심이지도 모르겠다.
본질과 표면에 대한 청년 시절 고민을 지금 와서 새삼 다시 하게 되는
약간은 서글픈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