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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Apr 19. 2020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30

직장 생활을 잘해보겠다며 아등바등하던 시절의 이하루 작가의 좌충우돌 직장 생활 이야기를 담은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이 책을 읽다 보니 신입사원 시절의 내 모습과 많은 부분에서 오버랩 됐다. 나 역시 월요일 새벽녘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밥은 고사하고 와이셔츠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지하철로 내달리곤 했다. 일에 서툴고 늘 긴장감으로 하루를 보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이 책에서 튀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잡지사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나는 월요일 아침마다 열리는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는 회의 때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 시절엔 선배도 직장 상사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요즘 밀레니얼 세대들이 직장 생활하는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특별한 회의 안건이 없을 때는 주말에 뭐 하면서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때도 긴장되긴 마찬가지였다.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을 읽어 보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래 나도 그땐 그랬지 하는 기억들이 떠올라 웃음을 짓기도 하고, 때론 소주 한잔 마셨을 때처럼 가슴 한편이 알싸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나도 그 시절의 작가처럼 월요일이 두려워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행운을 가져다줄 로또에 당첨됐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을 것 같다.


물려받을 재산이 많거나 의사, 변호사처럼 전문 직종의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다면 좋든 싫든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직장에 다녀야 하는데. 문제는 일보단 그 직장을 먼저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다져놓은 틀 안에 나를 끼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잡지사에 다녔던 영업부 김대리는 매주 로또를 샀다. '이거 한방이면 회사 생활 빠이빠이'라며 늘 지갑에 든 로또만 맞으면 한 턱 쏘겠다고 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김대리가 로또를 사고 있을지 궁금하다. 나도 몇 번 로또를 사본 적은 있지만 역시 꽝이었다. 드라마 <미생> 속의 장그래, 안영이, 장백기처럼 신입사원들은 저마다의 설움을 갖고 있지만 로또의 당첨번호는 내 것과 달랐다.



'가슴에 사표를 품고 출근하던 시대가 가고 매주 로또를 구매하며 견디는 시대가 왔다'라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하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월요일 아침이면 출근하는 삶을 지속하고 있다. 안정적인 월급봉투가 가져다주는 작은 행복이 카드대금으로 관리비로 하나둘 빠져나가고.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지만.


자이든 타의든 프리랜서로 한동안 홀로서기를 시도했던 나와는 달리, 대학 친구 J는 10년 넘게 한 직장을 꾸준히 다녔음에도 퇴직하면 뭐해 먹고살지 걱정이었다. 월급이 주는 달콤함은 실업급여를 받아 보면 직장 생활의 설움을 단박에 날려줄 만큼 강력한 향기를 품고 있다.


어느 날은 당장 회사를 떼려치우고 싶다가도 아침에 갈 곳이 있다는 안도감을 위안 삼아 콩나무 시루처럼 사람들로 빼곡한 지하철 안으로 몸을 구겨 넣는다.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으면 서둘러 이어폰으로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손안의 세상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지 않았나 확인하러 잠깐씩 고개만 들 뿐.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이란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이 책의 이야기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매일 상상해도 질리지 않는 로또 일등'이라는 제목으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방법과 1등에 당첨될 경우 행동 강령도 있다. 오늘도 로또를 사러 복권방 앞에 줄을 선다면 참고하시기 바란다.


요즘엔 너도나도 작가로 데뷔하거나 작가 데뷔를 꿈꾸는 시대다. 블로그,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브런치 등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두었다가 운 좋게(?)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한 권의 책으로 낼 수도 있다. 물론 우아해 보이는 백조처럼 물 밑에선 쉴 새 없이 타자를 쳐야 한다.


저마다 사는 삶은 다르지만 직장인으로 살아갈지 프리랜서로 살아갈지 혹은 회사를 차릴지 선택해야 하는 시기는 반드시 오기에 오늘도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래도 나쁘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위안을 받는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일요일 아침이다. 내일은 또 월요일. 이번 주에도 로또는 사지 않았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91613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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