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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끌 Apr 18. 2020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책끌(책에 끌리다)' 서평 #29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물리학자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올로 조르다노가 전 세계에 팬데믹(집단감염)을 불러온 '코로나19(COVID-19)'를 이탈리아에서 직접 겪으며 쓴 글이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나라 중 하나로, 그는 새로운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다층적으로 연결된 현대사회의 특징 때문으로 봤다.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COVID-19)'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중국 전역과 전 세계로 확산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의한 호흡기 감염 질환을 말한다(출처 :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3월 12일,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감염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갈수록 더 빨라지는 확산을 어떻게 멈춰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든 힘을 다해. 자제와 희생으로. 인내심을 갖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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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다노가 이 글을 쓴 2월 29일, 이탈리아의 감염자 수는 8만 5천 명을 넘었다. 4월 17일 현재,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이었던 롬바르디아주에서만 1만 1천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영화에서나 봤을 것 같은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그는 이 전염병을 막으려면 'R0 값(알제로 값: 기초감염재생산수로, 한 명의 감염자가 몇 사람을 전염시킬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R0 값이 충분한 시간 동안(기존 감염자가 모두 밝혀지고 격리된 뒤, 감염기가 거의 끝나는 시점까지) 임계점 아래로 유지된다면 확산세는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우리가 필요한 일정 기간만이라도 단호하게 사회적 거리를 둔다면 R0 값은 임계점 아래로 내려가 전염병의 기세는 수그러들 것이라며, R0 값을 낮추는 것은 우리가 코로나19에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학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책임은 누구한테 물어야 할까? 조르다노는 우리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사회, 경제, 문명의 발전으로 지구 상의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탐구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미생물의 세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우리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생물 종간의 다양한 상호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 자연환경에 가한 폭력으로 잠자코 있던 새로운 병원체들이 외부로 끄집어져 나왔고, 접촉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것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산불로 대량의 동물들이 멸종되는 등 그 피해와 여파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염병은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그 이후 이탈리아에, 그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도 발생했다며, 전염병이 확산될 위협은 커졌지만 우리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안일하게 여겼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사망자 수가 중국의 사망자 수를 넘겼다고 강조했다. 




전염의 시대에,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존 던의 묵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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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서 조르다노는 항공, 교통, 통신 등 현대사회의 급속한 발전이 오히려 전염병이라는 형벌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같은 실수를 똑같이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알아서,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며, '생각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 후, 한 달여 시간이 더 지난 4월 중순의 지금,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는 220만 명이고, 사망자는 15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단 감염과 대량 사망자 속출 속에 전 세계는 대량 실업과 마스크 품귀 현상, 생필품 사재기 등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염의 시대에도 인터넷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감염의 우려로 인해 이동은 제한됐고, 서로 간의 접촉도 금지된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독 속에서 견뎌야 한다. 이 책은 세계를 혼돈과 공동 운명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전염병이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꿔 놓았고,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되묻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때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며 전 세계로부터 입국 봉쇄 조치를 당했던 우리나라는 철저한 방역과 빠른 감염자 조사, 드라이브 스루 검사,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집단감염 방지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으로 떠올랐다. 또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비롯해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등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조르다노는 이 책을 쓰면서 이탈리아의 안일한 대응에 지적했는데, 지금쯤 써졌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을 것이다. 바야흐로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의 시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이라며 부러워했던 나라들이 이제는 우리나라의 바이러스 방역체계를 배우려 하고 있고, 진단 키트를 수입하는 등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선진국이 되었다.



* 출처 : https://blog.naver.com/twinkaka/221913985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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