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휴가 첫날 아침의 기록

심심이 만남 D-53

by 알파카


스물여덟에 남편과 결혼해 신혼생활을 보냈던 지난 3년, 어른들이 으레 그렇듯 결혼 초기부터 양가에서는 조금씩 아기 얘기를 꺼내셨다. 나와 남편은 최소 2년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잠정적으로 합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은근슬쩍 말을 돌리곤 했고, 또 살다 보니 둘만의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서 나도 남편도 딱히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애초에 나는 아이가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었고, 남편은 아이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그다지 나를 재촉하지는 않았기에 크게 임신에 대한 압박 같은 건 없었던 신혼이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 나보다 늦게 결혼한 회사 동료나 지인들이 출산을 하는 걸 지켜보고, 임신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조바심이 났다. 특히 같은 팀에 난임으로 고민하다가 시험관으로 어렵게 아이를 가진 분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여전히 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차피 가질 거라면 조금이라도 일찍 낳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요새 난임도 많다던데 나도 그러면 어쩌지? 같은, 깊이가 깊지는 않지만 때때로 훅훅 밀려드는 불안감이었다. 그즈음 엽산을 사서 남편과 함께 챙겨 먹기 시작했다.


신경 쓰지 않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었는데, 막상 임신을 계획하고 나니 한 달 한 달이 그냥 흘러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매달 빼박 한 줄 뿐인 임테기를 손에 들고 실눈을 뜨고는 희미한 두 줄이 아닌가 긴가민가했고, 미리 확인해보는 것도 나쁠 것 없지 않냐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난임클리닉에 검사를 받으러 가 볼까 고민도 했다. 그렇게 임신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점점 불안감에 휩싸이던 임신 준비 4개월 차의 아침, 난 드디어 임신테스트기에서 희미한 두 줄을 볼 수 있었다.


막 일어나 소파에 앉은 남편 눈 앞에 대뜸 임테기를 들이밀었더니 남편은 그저 잠 덜 깬 눈으로 한참 그걸 들여다볼 뿐이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 두 줄이면 임신이라고 말을 해 줬더니 얼떨떨해했다. 임신이라는 확인을 받기 위해 남편과 손을 잡고 찾은 산부인과에서, 처음으로 콩콩거리는 심장소리를 듣고서 신기해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직 나는 입덧도 없이 멀쩡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마구 잠이 온다거나 하는 증상도 없는데? 임신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신나서 남편과 춤이라도 출 줄 알았는데, 손에 들린 초음파 사진과 산모수첩 외에 아직 내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자각할 만한 변화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임신기간이 나에게는 내내 이렇게 조용히 지나가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6주 차에 그 끔찍한 입덧 지옥이 찾아오기 전 까지는.


※발행 날짜는 20년 11일이지만, 본 글은 출산 전에 이미 작성해 놓았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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