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3
오전 10시 59분
뜬눈으로 맞은 새벽, 비를 뚫고 도착한 병원에서 5시간의 진통을 겪고 수술로 아기를 만났다. 수술 후 삼일 만에 진통제를 떼고 어기적 어기적 내려간 수유실에서 처음으로 안아본 아기는 따뜻했고 묵직했다. 3.06kg으로 당초 예상보다 작게 태어났지만, 내 팔에 안아 든 무게는 그보다 몇 갑절은 무겁게 느껴졌다.
고단했던 10개월을 버티고 겨우 만났지만 아기와의 첫 만남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앞으로 완전히 바뀔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한 생명을 짊어진 부담감이 아이를 안은 내 팔에 무게를 더했다. 그러면서도 내 품에 안고 있는 아기가 내 속으로 키우고 낳은 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리원에서 처음으로 속싸개를 풀어놓고 꼬물거리는 팔다리를 만져보면서, 그리고 잠든 아이의 얼굴에서 내 눈과 남편의 코를 발견하면서 임신 기간 뱃속에서 끊임없는 태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그 아이가 지금 내 눈 앞에 누워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모자동실 시간에 내 침대에 누워 배냇짓을 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딱 여기까지였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새 생명에 대한 경이,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환희 같은 건 없었다. 조리원에서 모유수유로 고군분투할 때는 정말 자존감이 바닥을 쳐서 아이의 예쁨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필 긴 장마로 끊임없이 비까지 내렸기에 그저 우울하고 짜증만 났다. 내가 겪은 임신은 힘들었고 출산은 고통스러웠으며 앞으로 다가올 삶이 버거웠다.
이름을 얻은 아이와 우리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아직 아이는 내 전부가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내 생활과 더불어 마음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지독한 잠보인 내가 새벽녘 칭얼거리는 울음소리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일어나 아이를 살피게 되고, 매 시간 기저귀를 갈고 아무렇지 않게 맨손으로 아이의 엉덩이를 씻어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하루씩 더 친해져 가는 중이다. 아이도 처음 만난 세상과 부모의 존재에 적응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겠지. 기대하지 않고, 걱정하지 않고, 천천히 서로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미 육아를 겪은 선배들의 표현처럼 우리가 서로의 전부가 되어 줄 때까지 느리게, 하지만 견고하게 시간과 마음을 쌓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