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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이렇게 컸을까

엄마, 엄마는 실수한 적이 없어?

by 커피콩

부끄럽지만 걷기 운동도 잘하지 않는 나는, 신발 밑창이 닳는 일이 별로 없다.

발이 다 커버린 으~른, '게으른 어른'인 내가 운동화를 사면 참 오래 신는 이유다.

그런데 아이는 어떤가, 발도 쑥쑥 크지만, 서기만 하면 달리니, 밑창이 무사할 리 없다.

다양한 이유로 신발을 자주 사 줘야 하는 잘 성장하고 있는 우리 집 어린이다.



날씨도 제법 추워져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일, 부츠 사기!

지난 주말을 이용, 우리는 갑작스러운 쇼핑을 나갔다.

세 명, 세트로 쇼핑을 다니면, 당연히 힘들다.

백화점 안을 걸어 다닐 때도 걷기 놀이가 되어야 하는 일곱 살 꼬맹이..... 때문이다.

남편은 제법 쇼핑을 잘 견딘다.

견딘다?....

다른 남편들과는 다르게 쇼핑을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괴로워하지 않는다?....

써 보니 남편들을 몰아서 이야기하는 것 같이 되어 버렸다. (사과) 어쨌든.

어린이 때문에 우린 시시각각 흩어지는데, 주로 내가 혼자 떨어져 나온다.

아이는 아빠와 장난감 구경이나, 오락실에 들여보내고

엄마인 나는 빠르게 한 바퀴 돌며 스캔을 시작하는 것이다.

대략 파악 뒤, 몇 곳 찍어서 짧은 쇼핑에 나서면 상황 종료.

요즘 아이는 호불호가 정확해져서, 자기 눈에 들어온 부츠 하나 신어보고....

쇼핑은 목표대로 가볍게 끝이 났다. 오예.




그런데, 문제는 그 뒤에 벌어졌다.

배가 고파진 아이를 위해, 테이블을 찾아 앉아 간식을 주문하고

아이에게 영상 시청으로 편안함을 제공한 아빠는,

때마침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자리를 옮기다가 부츠가 든 쇼핑백을 까맣게 잊고 만 것이다.

엄마도 뒤늦게 간식 시간에 참석,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종류대로, 배부르게 먹은 뒤,

차로 이동을 준비할 때서야 그 행방을 물었다.

"그런데 자기야, 부츠는 어디에 있어?"

남편의 당황한 모습이란......

동선을 따라 화장실부터 여기저기 급하게 뛰어다니더니, 얼마 안 되어 다행스럽게 쇼핑백을 찾게 되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정직한 사람들, 한 시간이 넘는 시간에도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사실 마음이 불안하다거나 그런 마음이 들지도 않았고, 못 찾을 거라는 생각도 안 들었었다.



아이 아빠가 주차하는 동안, 우리는 쇼핑백을 들고 먼저 집에 들어왔다.

"엄마! 새로 산 장갑이랑 찻숟가락도 여기 안에 있었어."라고 하는 우리 꼬맹이에게,

"정말이네! 아빠 혼내줘야겠다. 다 잃어버릴 뻔했으니..."라고 말하자,

갑자기 정색한 아이는.... 내게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엄마, 엄마는 실수한 적 없어? 엄마가 나보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데, 엄마는 그동안 실수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눈을 보고 또박또박... (눈은 왜 또 이렇게 큰 것이냐....)

"아니, 있지, 있지. 있어, 있어. 아빠한테 뭐라고 하지 않을게. 약속."으로 상황 마무리가 되었다.

이 아이는 대체 언제 이렇게 큰 걸까. 가끔 말문을 막히게 하는 너다.



"엄마, 나는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은데, 어린이집으로 데리러 오는 것은 엄마가 올 때가 더 좋아."

어제 차 안에서 아이에게 들은 말이다.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그렇구나." 대답하고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빠가 더 좋다는 말을 꼭 엄마인 나에게 했어야 했니.'

그런데 반복한다.

"엄마, 정말 이상하지 않아? 나는 아빠가 더 좋은데, 엄마가 데리러 오는 게 왜 더 좋지?"라고.......

가끔 이렇게 나에게 아빠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아이.

아들은, 엄마 껌딱지라고 누가 그랬던가.

1. 예외는 늘 있겠지만,

2. 내가 바라는 이상적 모습은 아주아주 전에 이미 저 멀리로 갔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지만,

3. 사랑은 원래 한쪽이 더 권력자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뭐 그래도 듣는 순간에는 참... 그렇다. 아들....


뭐, 괜찮다. 나 남편 있다. 그리고 나는 이런 너의 성장 과정을 격하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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